남들 접을 때 돌렸다…LG 스마트폰 '윙'으로 날아오를까

입력 2020-09-14 23:01   수정 2020-09-15 00:59


LG전자의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LG 윙’이 베일을 벗었다. 메인 스크린(주 화면)을 옆으로 돌리면 절반 크기의 세컨드 스크린(보조 화면)이 나오는 새로운 폼팩터(기기 형태)를 적용했다. 전에 없던 종류의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어떤 반응을 얻을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다. 올 2분기까지 2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반등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도 업계의 관심사다.
세계 최초 ‘돌려블’ 스마트폰
LG전자는 14일 온라인으로 LG 윙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얼핏 일반적인 ‘바(bar)’ 타입 스마트폰처럼 생겼다. 하지만 스크린을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작은 스크린이 하나 더 나온다. 피처폰 시절 유행했던 ‘가로본능’ 폰 같은 구조다. 스마트폰은 LG 윙이 처음이다. LG전자는 ‘ㅏ’나 ‘ㅜ’ 모양으로 두 개의 화면이 노출된 상태를 ‘스위블(swivel·회전고리) 모드’라고 부른다. 스크린을 돌리는 동작을 20만 번 이상 반복 테스트해 내구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 상태에선 하나의 앱을 두 화면에서 동시에 사용하거나, 두 개의 앱을 각각의 화면에서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메인 스크린으로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세컨드 스크린으로는 재생, 빨리감기 등을 통제할 수 있다. 영상을 보면서 작은 화면으로 문자 메시지를 읽고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평소 즐겨 사용하는 앱 조합을 미리 저장해 한 번에 불러오는 ‘멀티 앱’ 기능도 지원한다. 매번 앱을 선택할 필요 없이 한 번의 터치로 두 개의 스크린에 즐겨 쓰는 앱이 각각 실행된다.

메인 스크린은 6.8인치 20.5 대 9 비율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다. LG전자는 몰입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면 카메라를 팝업 방식으로 만들었다. 노치나 카메라 구멍이 없어 영상을 보거나 게임할 때 화면을 가리는 부분이 없다. 세컨드 스크린은 3.9인치 1.15 대 1 비율의 OLED 디스플레이다. 무게가 260g으로 전작인 벨벳(180g)보다 44%가량 무겁다. LG전자는 “디스플레이가 두 개인 만큼 무게 증가는 피할 수 없다”면서도 “제품의 무게 중심이 중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인체 공학적 설계로 장시간 편하게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칩셋은 퀄컴의 스냅드래곤 765G 5G를 썼다. 벨벳의 스냅드래곤 765 5G보다 그래픽 렌더링 성능이 향상된 제품이다.

후면에는 6400만 화소 광각, 1300만 화소 초광각, 스위블 모드에서 쓸 수 있는 1200만 화소 초광각 등 세 개의 카메라를 장착했다. 흔들리지 않는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짐벌 모션 카메라’와 전후면 카메라를 동시에 이용해 영상을 찍는 ‘듀얼 레코딩’ 등 영상 특화 기능을 다양하게 선보였다.

LG전자는 다음달 한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LG 윙을 출시할 예정이다. 가격은 110만~120만원에서 통신사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앱 생태계’ 구축이 관건
LG 윙은 LG전자의 ‘익스플로러 프로젝트’를 통해 선보이는 첫 제품이다. LG전자는 최근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제품을 찾는 소비자를 위한 익스플로러 프로젝트와 기존 형태의 제품군 ‘유니버설 라인’으로 제품을 이원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내년 상반기 공개할 것으로 알려진 ‘롤러블(둘둘 마는)’ 스마트폰도 익스플로러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LG전자는 이 같은 혁신적인 제품으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목표다. 다른 제조사들이 내놓지 않는 제품으로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선 새 폼팩터에 최적화된 앱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LG전자는 LG 윙을 공개하기에 앞서 네이버, 투비, 레이브, 픽토 등과 협력해 세컨드 스크린에 최적화된 기능을 개발했다. LG전자는 플랫폼 기업들과 협력해 생태계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관련 앱을 지속적으로 선보이지 못할 경우 ‘LG G5’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LG전자는 2016년 모듈형 스마트폰 G5를 내놨지만 인기를 끌지 못하자 1년 만에 관련 액세서리를 단종시켜 이용자들의 원성을 샀다.

업계에서는 LG 윙이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오랜 적자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MC사업본부는 올 2분기까지 21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3년간 모바일 사업을 총괄하는 MC사업본부장도 세 차례 교체됐다. 올해 MC사업본부장에 오른 이연모 부사장은 프리미엄 라인인 G, V 시리즈를 없애고 새로운 제품군을 잇따라 선보이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승우/홍윤정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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