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부동산 시장 과열에 편승한 탈세를 강력히 근절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30대 이하의 편법을 동원한 고가주택 취득, 차명계좌를 통한 임대소득 누락 등에 감시 '현미경'을 들이밀겠다고 했다. '부동산거래분석원' 신설 등으로 시장 감시를 강화하고 있는 정부 방침을 적극 보조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과세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침체를 감안해 올해 세무조사 건수를 10% 이상 줄이기로 했다.
김대지 국세청장은 15일 세무관서장회의에서 ▲부동산 탈세 엄정 대응 ▲코로나19 극복과 경제 도약 뒷받침 ▲납세 편의성을 높이는 서비스 혁신 등 내용이 담긴 국세행정 운용방향을 제시했다. 김 청장이 지난달 15일 취임한 뒤 처음 열린 전국 단위 관서장 회의다.
국세청은 법인·사모펀드의 다주택 취득과 30대 이하의 고가아파트 취득 과정에서 변칙적인 자금 이동이 없는지 철저히 검증하기로 했다. 특히 '30대 이하'의 거래를 콕 집은 것은 고소득자 '부모 찬스'를 편법 활용해 일반인의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오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현행 세법은 성인 자녀는 5000만원, 미성년 자녀는 2000만원까지만 증여세를 면제한다. 하지만 부동산 거래 등 때 그 이상 증여하고도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과세 당국은 그동안 중산층 가구까지 이런 관행이 널리 퍼져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강하게 단속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고가아파트 등 거래는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다. 부모 명의로 주택을 구입하고 자녀가 실거주하는 사례 등도 집중 단속 대상이다.
임대 관련해서는 고가·다주택자의 차명계좌를 통한 임대소득 누락, 주택임대사업자의 허위비용 처리, 부당 세액감면 혐의 등을 정밀 점검하기로 했다. 고액·상습 체납자의 은닉 재산 추적도 강화된다. 올해 세무서에 신설된 체납전담조직(체납징세과)을 중심으로 현장수색을 확대하고, 고액·상습 체납자의 친·인척에 대해서도 금융조회를 적극 실시하기로 했다. 은닉 방조한 혐의가 포착된 주변인도 고소하겠다고 국세청은 경고했다.
세무조사보다 강도가 낮은 '신고내용 확인'도 작년보다 20% 줄일 방침이다. 납세자와 직접 접촉 없이 신고내용 오류 등 확인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앞서 PC방·노래방 12개 고위험시설 운영업자에 대해선 코로나19 진정 때까지 세무조사를 유예하기로 했다.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해선 연말까지 신고내용 확인을 면제할 예정이다.
경제 도약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한국판 뉴딜 분야 세무정보 제공, 수출중소기업 환급금 조기 지급 등 추진하기로 했다. 뉴딜 세무정보 관련해서는 연구개발(R&D) 설비투자 세액공제 대상 등을 안내하는 내용이라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국세청은 이밖에 디지털 경제 확산, 저출산 고령화 심화 등 대응해 국세행정 미래전략 로드맵도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국세청 차장을 단장으로 하는 '2030 국세행정 미래전략추진단'을 구성한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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