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알못] 윤미향 도덕성 치명타 입힌 '심신장애 이용한 준사기' 혐의란

입력 2020-09-16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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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생존자의 숭고한 행위를 ‘치매 노인’의 행동으로 치부한 점에 대해서는 강력한 유감을 표합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 전반은 물론, 인권운동가가 되신 피해 생존자들의 활동을 근본적으로 폄훼하려는 저의가 있다고 밖에 보기 어렵습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불구속 기소로 재판에 넘겨진 데 대해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윤미향 의원은 이날 입장문에서 "검찰 수사 결과 발표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의 30년 역사와 대의를 무너뜨릴 수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윤미향 의원은 "검찰이 제출하는 공소장과 증거기록을 받게 되면 꼼꼼하게 살펴보고 재판에서 결백을 증명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윤미향 의원이 입장문에서 특히 비중 있게 반박한 부분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단체 정의기억연대 관련 업무상 횡령, 배임, 준사기, 사기 등 총 8개 혐의 가운데 준사기 혐의다.
윤미향, 길원옥 할머니 영상 올리며… '준사기'에 정면 대응

재판 과정에서 혐의들에 대한 유무죄에 대한 판결이 내려지겠지만 만일 윤미향 의원이 법정에 유죄로 인정된다면 도덕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혐의는 '준사기' 부분으로 보인다.



검찰은 윤미향 의원에게 마포쉼터 소장과 공모해 중증치매를 앓고 있는 길원옥 할머니가 받은 상금의 대부분을 정의연에 기부하게 한 것과 관련해 '준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준사기죄는 미성년자나 사람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오랜 세월 위안부 할머니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활동을 해온 그의 이력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윤미향 의원의 불구속 기소에 말을 아끼면서도 이 부분에 대해 뼈아프게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지난 5월 29일 각종 의혹에 휩싸인 윤미향 의원이 당선 후 처음으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직후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만큼 그 결과를 지켜보고 향후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윤미향 의원의 혐의가 구체화된 지금 여론의 향방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윤미향 의원 또한 이를 의식한 듯 발 빠르게 "혐의가 소명될 때까지 모든 당직에서 사퇴하고 일체의 당원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길원옥 할머니의 과거 영상을 자정 무렵 5개나 업로드하면서 "왜 갑자기 길 할머니 2017~2020년 영상을 공유했는지" 자문자답했다.


윤미향 의원은 "할머니의 평화 인권운동가로서의 당당하고 멋진 삶이 검찰 때문에 부정당하는 것을 겪으며 제 벗들과 함께 할머니의 삶을 기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뜬금없는 과거 영상 공개가 주목을 끌자 이중 4개는 삭제했다.
검찰 "윤미향, 치매 앓는 할머니 돈까지 기부받았다"
검찰은 윤미향 의원이 2017년 1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9차례에 걸쳐 길원옥 할머니가 받은 상금 1억원 중 7920만원을 기부, 증여하게 했다고 보고 있다.

서대문·마포 쉼터에서 생활했던 길 할머니는 2016년부터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2017년 받은 상금 1억원 중 상당수가 기부된 것으로 알려져 이 기부가 길원옥 할머니의 의지가 맞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길원옥 할머니의 양아들 황선희 목사 측은 "방금 한 말도 까먹는 분 돈을 기부받았다"며 윤미향 의원 측에 의혹을 제기했다. 아울러 반환 소송도 준비 중이다.



윤미향 의원에게는 이 밖에도 2012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개인계좌 5개를 이용해 할머니 해외여행 경비·조의금·나비기금 등 명목으로 합계 3억3000여만원을 모금, 그 중 5755만원을 개인 용도로 임의소비한 혐의도 받는다. 또 관할관청에 등록하지 않고 2015년 해외 전시성폭력피해자 지원 명목으로 4000여만원, 2019년 김복동 할머니 장례비 명목으로 1억3000여만원 등 약 1억7000여만원의 기부금품을 모집한 혐의도 재판 결과에 따라 윤미향 의원을 두둔해 온 민주당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윤미향 의원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필요한 일체의 서류를 제출하고 요건을 갖춰 보조금을 수령·집행했다"며 "모금된 금원은 모두 공적 용도로 사용됐고 윤미향 개인이 사적으로 유용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판례에서도 심신장애를 이용해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준사기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내려지는 상황이다.

2015년 수원지법 형사11단독 양진수 판사는 정신연령이 10살 수준에 불과한 40대 지적장애 여성을 꼬드겨 돈을 뜯은 혐의(준사기)로 기소된 A(58)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2년여 동안 700여 차례에 걸쳐 돈을 편취했다"며 "이 사건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고 그로 인한 피해자의 피해가 큼에도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점, 피고인에게 동종 전과가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2017년 대전지방법원 제3형사부 성기권 판사는 준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씨 항소심에서 징역 4월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4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B씨는 지적장애를 가진 직장동료 C씨에게 "형이 교통사고를 내서 합의금이 필요한데 네 명의로 대출을 받아 주면 6개월 후에 갚아주겠다"고 말한 뒤 모두 3차례에 걸쳐 1천400만원을 받아 챙기고서는 갚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B씨가 대출의 의미와 연체됐을 때 문제점 등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C씨의 상황을 악용했다고 판단했다.

이들 사기의 포인트는 ‘기망’과 ‘돈’이다.
자유의지에 의한 기부인지 아닌지가 '준사기' 유무죄 판가름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자문단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형법 347조는 사기를 ‘사람을 기망(欺罔)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기는 10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사기의 종류 중 준사기는 미성년의 지적 능력 부족, 사람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말한다.

승재현 연구위원은 "정의연 설립 목적이 위안부 피해 할머님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할머님들의 정의로운 기억을 연대하자는 것이다"라며 "검찰의 공소사실에서는 중증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길 할머니에게 당신이 받은 상금 등을 재단에 기부할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할머니의 보호가 제1의 목적이 아니라 정의연의 발전이 제1의 목적이라는 것을 추단케 하는 심각한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원은 이 엄중한 문제에 대해 반드시 진실을 가려야 한다"며 "길 할머니의 자유의지에 의해 정의연의 발전을 위해 기부한 것인지 아니면 기부라는 의미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기부를 한것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길 할머니의 의료 기록을 바탕으로 정신질환의 중증도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 주위 근친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찰의 주장이 맞는지, 윤미향 의원의 반론이 맞는지 진실을 찾게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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