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 야당을 이끄는 김 위원장이 지지 의사를 밝힘에 따라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기정사실화하게 됐다. 이들 법안은 감사위원 분리 선임, 다중대표소송제, 내부거래에 대한 규제 강화 등을 담고 있다. 기업들은 경영을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주식회사 근간까지 흔든다며 부당성을 호소해왔다.
김 위원장은 2012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과 2016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을 각각 맡으면서 공정거래법 등 경제민주화법 개정을 주도했다. 보수 진보 양쪽 정당을 오가며 일관성을 유지한 셈이다. 그런 점에서 두 법 개정에 찬성한다는 발언은 그의 소신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과거 경제민주화법 개정을 주장했던 때와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다르다는 데 있다.
코로나 사태 전부터 각종 규제로 신음하던 기업들은 코로나 충격까지 겹쳐 말 그대로 전대미문의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2분기 국내 기업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1% 줄어, 관련 통계 작성 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여섯 분기 연속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2분기 감소폭은 1분기(-1.9%)의 5배에 달한다.
선진국들처럼 정부가 기업 생존을 위해 발 벗고 나서도 모자랄 판에 정부·여당에 이어 보수정당이라는 국민의힘까지 ‘기업 때리기’에 동참하겠다면 기업들은 도대체 어디에 기대란 말인가. 지금 기업들이 쓰러지면 투자는 물론 고용도 성장도 모두 공염불이 되고 만다. 이는 친(親)기업·반(反)기업을 떠나 국가 미래와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다.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이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바꿨지만 아직 정체성조차 불명확하다. 기본소득을 내세우고 경제민주화를 말하는 등 ‘좌클릭’에 나서면서 보수도 진보도 아닌, 어정쩡한 정당처럼 돼버렸다. 하지만 무(無)이념에 가까운 기회주의적 태도로는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여당으로부터도 팽(烹)당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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