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올해 세무조사 건수를 지난해보다 10% 이상 줄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에 빠진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의 세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30대 이하의 편법 증여를 통한 고가 주택 취득, 차명계좌를 통한 임대소득 누락 등 탈세 행위는 철저히 단속하기로 했다.
김대지 국세청장은 15일 열린 세무관서장회의에서 △코로나19 극복과 경제 도약 뒷받침 △부동산 탈세 엄정 대응 △납세 편의성을 높이는 서비스 혁신 등의 내용을 담은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회의는 지난달 15일 김 청장 취임 후 처음 열린 전국 단위 관서장회의다.
세무조사보다 강도가 낮은 ‘신고내용 확인’도 작년보다 20% 줄일 방침이다. 납세자와 직접 접촉 없이 신고내용 오류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윤승출 국세청 조사기획과장은 “세무 부담 완화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지난 10일 발표한 ‘긴급 민생·경제 종합대책’에서 PC방·노래방 등 12개 고위험시설 업종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세무조사를 유예하기로 했다.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은 연말까지 신고내용 확인을 면제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또 한국판 뉴딜 분야에 세무 정보를 제공하고 수출중소기업 환급금은 조기 지급하기로 했다. 경제 도약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주요 감시·단속 대상으로는 편법을 동원한 법인·사모펀드의 다주택 취득과 30대 이하의 고가 아파트 취득을 꼽았다. ‘30대 이하’의 거래를 지목한 것은 부유층 자녀가 ‘부모 찬스’를 편법 활용해 일반인의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오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현행 세법은 성인 자녀는 5000만원, 미성년 자녀는 2000만원까지만 증여세를 면제한다. 하지만 부동산 거래 때 그 이상 증여하고도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과세당국은 그동안 중산층 가구까지 이런 관행이 널리 퍼져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강하게 단속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고가 아파트 등에 대해서는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다. 부모 명의로 주택을 구입하고 자녀가 실거주하는 사례 등도 집중 단속 대상이다.
임대차 시장과 관련해서는 고가·다주택자의 차명계좌를 통한 임대소득 누락, 주택임대사업자의 허위비용 처리, 부당 세액 감면 혐의 등을 정밀 점검하기로 했다. 고액·상습 체납자의 은닉 재산 추적도 강화한다. 올해 세무서에 신설된 체납전담조직(체납징세과)을 중심으로 현장 수색을 확대하고, 고액·상습 체납자의 친·인척에 대해서도 금융조회를 적극 시행하기로 했다. 은닉을 방조한 혐의가 포착된 주변인도 고소하겠다고 국세청은 경고했다.
과세당국은 불법 대부업자·건강보조식품 업체 등의 탈세 행위, 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사익 편취 등에도 ‘감시 현미경’을 들이밀겠다고 했다.
국세행정 운영방안엔 온라인 납세 자동화 서비스인 ‘홈택스’ 개선 대책도 담겼다. 인공지능(AI) 기술로 납세자의 질문에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하는 ‘AI 신고도움’ 도입을 추진한다. 홈택스 웹사이트를 이용하려면 설치해야 하는 플러그인 프로그램은 제거한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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