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만 13세 이상 전 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을 지원하기로 한 가운데 가족 명의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본인 명의로 바꿔야 한다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논란이 되고 있다. 가족 명의의 장기고객인 경우 2만원을 받기 위해서는 요금 할인, 마일리지 등 각종 혜택을 포기해야 할 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5일 보도참고자료에서 "다른 가족 명의로 이용 중인 경우는 본인 명의로 변경해 지원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신분증 및 건강보험증이나 가족관계증명서 등 가족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간단한 서류만 지참하고 인근 대리점·판매점을 방문하면 간편하게 (명의를) 변경할 수 있다"며 "보다 손쉬운 방법을 통신사들과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과기부는 '간단', '간편'을 강조했지만 명의 변경은 정부 설명대로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게 통신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휴대전화 단말기가 고가다 보니 장기간 약정을 통해 요금과 함께 분할해서 내는 사람이 많다. 명의 변경을 하려면 우선 기존 휴대전화의 할부금을 모두 납부해야 한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명의 변경은 아예 새로 가입하는 것과 같다"고 전했다. 휴대전화 단말기 할부금이 많이 남아 있을수록 지원금 2만원을 받기 위해 명의 변경을 선택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명의를 변경하면 통신사가 제공하는 각종 혜택도 신규 고객 수준으로 바뀐다. 통신사들은 충성 고객을 오래 잡아두기 위해 장기 고객일수록 많은 혜택을 준다. 예컨대 기본 데이터 100% 충전 쿠폰, 통신비 할인, 각종 제휴사 할인 쿠폰 등이다. 통신비 결제 등에 이용하는 마일리지 역시 명의를 변경하면 사라진다. 지원금 2만원을 받기 위해 이런 혜택을 포기할 사람 또한 적을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과기부는 법인 명의 휴대전화를 쓰는 사용자에게는 지원금을 주지 않기로 했다. 선불폰 이용자는 9월말 기준 15일 이상 남아 있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지원 대상인 경우에는 해당 번호로 문자메시지를 보낼 예정이다. 과기부는 "요금은 9월분에 대해 다음달 중 차감하는 게 원칙"이라며 "요금이 2만원 미만이면 다음달로 이월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2만원이 정액 지원된다"고 설명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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