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후 공급되는 아파트가 사실상 '제로(0)' 상태다. 9월들어 청약을 받은 아파트 단지는 아예 없는 상태다. 분양가 상한제 전에 분양승인을 받아놓은 소규모 단지들 정도만 몇 개 나오고 있다. 분양을 예정중인 아파트들도 시기를 조율하고 있어 향후 공급 또한 불투명하다.
인천은 송도국제도시를 제외하고 1순위 미달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고 계약 포기분으로 인한 무순위 청약도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 경기도는 양주, 양평, 용인, 평택 등에서 1순위 미달 아파트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청약에서 양호한 성적을 거두는 아파트는 '삼성 후광효과'가 미치는 곳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삼성은 과거 1980~90년대 경기도 용인 기흥과 화성시에 초고밀도직접회로(VLSI) 반도체 사업으로 막대한 자본을 투입했다. 메모리와 시스템 LSI 생산공장, 반도체 산업단지 등이 조성되고 다수의 주택단지가 공급됐다. 용인시는 인구 100만, 화성시는 인구 83만에 대도시로 성장했다.
청약자들은 아껴왔던 청약통장을 사용하기에 '확실한 아파트'의 조건을 '삼성'으로 보고 있다. 삼성의 투자가 있는 지역은 일자리가 있고 소득이 있다보니 수요도 꾸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삼성은 그나마 확실한 투자처가 된 셈이다.
16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삼성전자 캠퍼스와 인접한 평택시 ‘고덕신도시 제일풍경채 3차 센텀'과 수원시 영통구 '영흥공원 푸르지오 파크비엔’이 전날 1순위 청약에서 높은 경쟁률로 마감됐다. 이 중 평택은 삼성전자 주변의 고덕신도시와 다른 택지지구 간의 청약경쟁률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제일건설㈜이 고덕신도시 A42블록에 짓는 ‘고덕신도시 제일풍경채 3차 센텀’에는 467가구 모집(특별공급 제외)에 9662건이 접수돼 평균 20.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고 경쟁률은 174가구 모집에 5655명이 접수해, 98.17 대 1(기타·경기지역)을 나타낸 전용 84㎡A형에서 나왔다. 단지 바로 앞에 고덕신도시를 순환하는 BRT 정류장(예정)이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R&D 테크노밸리(예정) 등 인근 산업단지로 출퇴근이 용이할 전망이다.
삼성은 평택시 고덕 국제화계획지구 산업단지에 총 면적 392만㎡ 약 100조 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인 최첨단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 중이다. 현재는 평택 삼성캠퍼스를 비롯해 삼성 R&D, 삼성반도체 공장 등이 들어선 상태다.
고덕신도시 첫 입주아파트인 '고덕국제신도시 파라곤'은 입주 이후 시세가 2억원 가까이 뛰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기준으로 전용 84㎡가 지난 7월 6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입주시점이었던 지난해 6월 거래가는 3억후반~4억초반 정도였다. 이번에 1순위를 마친 고덕신도시 제일풍경채 3차 센텀의 같은 면적 분양가는 4억6900만원이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다보니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이 가능했는데, 시세와 비교해도 1억5000만원이 차이난다.
대우건설이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일대에 공급한 ‘영흥공원 푸르지오 파크비엔’(1509가구)도 높은 청약경쟁률을 찍었다. 927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에 1만4079명이 접수해 15.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원에서 2년 이상 거주가 가능해야 청약이 가능한 1순위 당해지역만 집계한 경쟁률이다. 이로써 다른 지역의 1순위는 통장을 써보지도 못하고 마감됐다.
단지는 삼성전자의 심장이라 불리는 수원 삼성디지털시티가 단지에서 직선거리로 1㎞ 이내에 있다. 삼성전자 나노시티 기흥캠퍼스가 차량으로 약 20분, 삼성전자 화성캠퍼스가 차량으로 약 15분 거리로 이동이 가능하다.
영흥공원 푸르지오 파크비엔의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으로 6억4800만원이었다. 이는 주변의 시세보다 낮게 나오면서 수요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준공된지 24년이 된 영통동 벽산 삼익 아파트(1242가구)의 경우 같은 면적이 지난달 6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에 주변의 노후된 영통지구 아파트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부각됐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효과도 있지만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아파트가 나왔고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신도시나 택지지구에 공급된다는 게 부각된 것 같다"며 "청약 시장의 양극화로 인기 주거지역에서의 높은 경쟁률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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