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됐고 집중호우로 곳곳이 침수됐다. 태풍이 할퀴고 간 지역도 있다. 이 모든 고난을 겪고 맞는 올해 추석은 의미가 남다르다. 계절이 내린 수확물을 나눠 먹으며 서로 상처를 위로하는 치유의 시간이 될 전망이다.
올해는 특히 추석 선물 ‘큰 장’이 섰다. 얼굴을 맞대고 나눌 수 없기에 마음을 담아 선물을 보내려는 사람이 많아졌다. 정부가 불경기 극복을 위해 부정청탁금지법을 일시 완화한 것도 이 같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선물 상한액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높아지자 유통업계는 고급 선물세트를 대거 선보이고 있다. 한우와 굴비, 고급 와인과 건강기능식품, 생필품, 화장품 등 다양한 선물세트를 내놓고 ‘추석 특수’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14일 시작한 추석 선물세트 본판매에서 20만원 이하 선물세트 물량을 지난해 추석보다 20% 늘렸다. 현대백화점도 선물 상한액 상향에 맞춰 한우와 굴비 등 10만~20만원 선물세트 물량을 20~30% 확대했다. 한우 선물세트는 통상 3~4㎏으로 구성하지만 현대백화점은 여러 부위를 200g씩 담아 1.2~1.5㎏으로 꾸린 소포장 상품을 늘리기로 했다.
20만원을 초과하던 선물세트 가격을 20만원 이하로 조정하는 곳도 있다. 롯데백화점은 22만5000원으로 책정했던 ‘한우1호 알뜰세트’ 가격을 19만8000원으로, 22만원이던 ‘제주은갈치세트 1호’는 15만원으로 내렸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이용하기 편하다는 게 장점이다. 카톡으로 선물을 구매한 뒤 링크를 전송하면 끝이다. 상대방의 집 주소를 몰라도 된다. 선물받는 사람이 배송 주소를 입력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도 받을 사람의 휴대폰 번호만 알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한 상품을 선물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선물을 보내는 사람이 매장에서 상품을 결제한 뒤 카카오톡 ‘선물 보내기’ 링크에 받을 사람의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면 배송 신청을 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올 추석 이색 선물세트로 선물을 나눠 받을 수 있는 ‘선물세트 정기 구독권’을 선보였다. 보통 명절 선물로 들어오는 한우·청과 세트는 한꺼번에 먹기 어려워 대부분 냉장고에 장기 보관한다. 1인 가구에서 선물세트를 받으면 보관이 어렵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추석에는 코로나19로 지역 간 이동과 가족 모임이 줄어들고 상차림도 간소화될 것으로 예상돼 선물세트 정기 구독권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건강식품 선물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전자상거래업체 위메프에 따르면 추석 선물세트 예약 판매에서 ‘건강식품’이 전체 거래액의 약 37.5%를 차지했다. 신선식품(27.4%) 생활주방용품(20.2%) 가공식품(14.9%)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추석에는 가공식품(35%)이 1위, 건강식품(28%)이 2위였다.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 위생용품으로 구성한 선물세트를 찾는 소비자도 늘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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