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의 한 정보통신(IT) 스타트업에 다니는 강 씨는 최근 남대문시장을 방문해 새 안경을 맞췄다. 지난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면서 시작한 재택근무 때 쓰기 위한 안경이다. 김 씨는 출근 날마다 사용해온 일회용 콘택트렌즈 대신 가정에서 일할 때 만큼은 안경을 착용하기로 했다. 그는 “모니터를 오래 보는 직업인 까닭에 블루라이트 차단 기능을 보유한 렌즈에 초경량 안경테까지 갖춘 `똘똘한` 안경을 거금을 들여 구입했다”고 귀띔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대외 활동이 줄고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김 씨처럼 콘택트렌즈 대신 안경을 착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글로벌 콘택트렌즈 제조업체 쿠퍼비전이 지난 4월 설문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콘택트렌즈 사용자의 월평균 착용 빈도는 17일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13일로 감소했다. 연간 콘택트렌즈 구매 횟수는 7번에서 6번으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이런 효용을 누릴 기회가 대폭 감소한 만큼 소비자들의 콘택트렌즈 사용도 덩달아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국내 콘택트렌즈 수입은 전월 대비 28.4% 감소한 964만6000달러로 집계됐다. 6월 수입은 2017년 8월(816만 달러) 이후 약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분기별로 따지면 올해 1분기 4192만3000달러였던 콘택트렌즈 수입은 2분기 3971만8000달러로 5%가량 감소했다.
국내 콘택트렌즈 내수 수요가 줄면 콘택트렌즈 수입도 감소하는 게 일반적이다. 국내 콘택트렌즈 시장의 약 80%를 수입 브랜드가 차지할 만큼 해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국내 콘택트렌즈 시장은 수입 브랜드인 아큐브(45%), 쿠퍼비전(10%), 바슈롬(10%) 등이 차지하고 있다. 점유율 10%를 넘는 국내 업체는 인터로조(15%)가 유일하다.
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올 상반기는 코로나19로 인한 내수 침체로 콘택트렌즈, 안경 모두 작년과 비교하면 수입·수출이 줄었다”며 “특히 콘택트렌즈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소비자들의 외부활동이 대폭 줄면서 일회용 콘택트렌즈 위주로 사용률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안경 렌즈 시장은 프랑스 에실로, 일본 호야 등 해외 브랜드의 점유율이 50%를 웃돈다. 이들 수입 브랜드는 코로나19로 증가한 재택근무 및 가정 내 온라인 화상 수업 등에 대응해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에실로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가정 내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이 늘면서 블루라이트 차단 기능을 보유한 중·근거리용 실내 전용 렌즈가 호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국내 안경 제조산업은 이런 특수에서 소외된 모습이다. 국내 안경산업은 1980년대까지 세계 안경테 시장 점유율 2위에 오를 정도로 번성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들어 중국산 저가 제품에 밀리면서 산업이 쇠락하기 시작했다. 한 안경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10인 미만의 소규모 업체가 대부분이라 내수 통계를 내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고 전했다.
김종석 대한안경사협회 회장은 “코로나19로 내수경기가 침체하면서 소매유통산업 비중이 큰 안경산업도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디지털 기기를 동반한 가정 내 생활이 늘면서 이에 특화된 고기능성 제품 중심으로 수요가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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