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배포와 관련해 “10월 언젠가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대선(11월 3일)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선 전 깜짝 이벤트인 ‘10월의 서프라이즈’가 코로나19 백신이 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19 백신(승인)이 발표되자마자 (배포가) 시작될 것”이라며 “10월 중순이나 그보다 조금 늦게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또 미 보건당국이 연말까지 1억 개의 백신을 배포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로버트 레드필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이보다 몇 시간 전 상원 청문회에서 백신 배포를 11~12월에나 시작할 수 있고 그것도 제한된 수량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인들에게 백신이 일반적으로 이용 가능한 시점에 대해선 “내년 2분기 후반이나 3분기를 보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과는 차이가 난다. 레드필드 국장의 발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라며 ‘말실수’라는 식으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백신 배포를 ‘정치적으로’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델라웨어주에서 의료 전문가들로부터 코로나19 백신 관련 브리핑을 들은 뒤 기자회견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백신 승인 과정을 정치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백신을 믿고 과학자를 믿는다”며 “그러나 트럼프는 믿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정치가 백신에 개입하게 해선 안 된다”며 백신 유통을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백신은 올해 대선 승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와 확진자가 세계 최대를 기록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고 미국인들의 자존심도 구겨졌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전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속도전을 펴고 있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17일 기준 30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10일 2000만 명을 넘은 지 38일 만에 1000만 명 이상 늘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682만5000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인도(511만5000명), 브라질(441만9000명), 러시아(107만9000명) 순이다. 코로나19 사망자도 세계적으로 94만4000명에 달한다.
이와 관련, 빌 게이츠 ‘빌&멀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은 최근 “우리는 마스크의 가치를 과소평가했다”며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미 CNBC가 전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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