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에 있는 한 정보기술(IT) 업체에 다니는 김기성 씨(35)는 최근 남대문시장을 찾아 오랜만에 안경을 맞췄다. 재택근무 때 쓰기 위해서다. 그는 회사에 출근할 때 착용해온 일회용 콘택트렌즈 대신 집안에서 일할 때만큼은 안경을 쓰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대외 활동이 줄고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김씨처럼 콘택트렌즈 대신 안경을 착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글로벌 콘택트렌즈 제조업체 쿠퍼비전이 최근 벌인 설문조사 결과, 국내 콘택트렌즈 사용자의 월평균 착용 빈도는 17일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뒤 13일로 감소했다. 연간 콘택트렌즈 구매 횟수는 7번에서 6번으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국내 콘택트렌즈 수입액은 964만6000달러(약 113억원)로 집계됐다. 전달보다 28.4% 감소했다. 2017년 8월(816만달러) 후 약 2년 만의 최저치다. 분기별로 보면 올해 1분기 4192만3000달러였던 콘택트렌즈 수입은 2분기 3971만8000달러로 5%가량 감소했다.
국내 콘택트렌즈 수요가 줄면 수입도 감소하는 게 일반적이다. 콘택트렌즈 시장의 약 80%를 수입 브랜드가 차지할 만큼 해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국내 콘택트렌즈 시장은 수입 브랜드인 아큐브(점유율 45%), 쿠퍼비전(10%), 바슈롬(10%) 등이 분할하고 있다. 점유율이 10%를 넘는 한국 업체는 인터로조(15%)가 유일하다. 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외부 활동이 줄면서 일회용 콘택트렌즈 위주로 사용량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안경 렌즈 시장은 프랑스 에실로, 일본 호야 등 해외 브랜드 점유율이 50%를 웃돈다. 이들 수입 브랜드는 코로나19로 증가한 직장인의 재택근무와 학생들의 온라인 화상 수업에 맞춰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에실로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가정 내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이 늘면서 블루라이트(모니터 등에서 나오는 파란색 계열 광원) 차단 기능이 있는 중·근거리용 실내 전용 렌즈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내수시장을 대거 내준 국내 안경 제조산업은 오랜만에 찾아온 ‘특수’를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안경산업은 1980년대까지 세계 안경테 시장 점유율 2위에 오를 정도로 번성했다. 1990년대 후반 들어 중국산 저가 제품에 밀리면서 산업이 쇠락하기 시작했다. 한 안경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10인 미만 소규모 업체가 대부분이라 내수 통계를 내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김종석 대한안경사협회 회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디지털 기기를 동반한 가정 내 생활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런 환경에 특화한 고기능성 제품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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