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오버 우승' 나왔던 US오픈, 마의 윙드풋 넘어라

입력 2020-09-17 17:39   수정 2020-09-18 02:53

필 미컬슨(50·미국)이 ‘커리어 그랜드 슬램(4개 메이저대회 석권)’을 위해 ‘베팅’을 시작했다. 평소 하지 않던 장비 튜닝까지 한 것이다. 미컬슨은 18일 미국 뉴욕주 마마로넥의 윙드풋GC 웨스트코스(파70·7477야드) 에서 열리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 US오픈에 나서며 드라이버 로프트를 9도에서 좀 더 세우기로 했다. 미컬슨은 “러프가 엄청 긴 만큼 페어웨이를 놓치면 좋은 스코어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페어웨이를 지키기 위해 드라이버가 아닌 3번 우드 티샷도 자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미컬슨은 US오픈에서 준우승만 여섯 차례 했다. 마스터스토너먼트 등 다른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했지만, 미컬슨 집의 장식장엔 US오픈 트로피 자리만 비어 있다. 50대 노장이지만 드라이브 샷을 평균 312야드 날리는 짱짱한 미컬슨이 거리를 포기한 이유는 코스가 악명 높은 ‘윙드풋’이기 때문.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15㎝ 길이의 빽빽한 ‘괴물 러프’가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다.

윙드풋은 그에게 아픔을 준 곳이다. 14년 전 US오픈 우승을 손 안에서 가로챈 악몽의 코스가 윙드풋이다. 그는 2006년 대회가 열린 이곳에서 17번홀까지 한 타 차 선두를 달렸다. 비극이 벌어진 것은 18번홀. 호기롭게 드라이버를 잡은 것이 독이 됐다. 드라이버로 친 볼이 기업체에서 설치해 놓은 천막 쪽으로 날아가 나무로 둘러싸인 잔디밭에 떨어졌다. 레이업이 필요했지만, 혈기 왕성한 30대 미컬슨은 ‘공격’을 택했다. 2온을 노린 샷은 나무에 맞았고, 세 번째 샷도 벙커에 빠지면서 더블보기를 범한 미컬슨은 제프 오길비가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다섯 차례 US오픈을 개최한 윙드풋은 좁은 페어웨이, 질긴 러프, 유리알 그린으로 유명하다. 14번홀부터 계속되는 직선코스는 선수들이 까다로워 한다. 미국프로골프(PGA) 선수들도 언더파는커녕 타수를 지키기에 급급한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 1974년 US오픈 우승자 헤일 어윈은 7오버파를 기록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윙드풋의 대학살’이다. 지금까지 언더파 우승은 딱 한 번밖에 나오지 않았다.

윙드풋 전투를 앞두고 ‘무기’를 재정비한 이들은 미컬슨만이 아니다. 세계 랭킹 1위 더스틴 존슨(36·미국)도 윙드풋 맞춤형 클럽 세팅을 했다. 존슨은 여러 차례 우승을 안겨준 7번 우드를 빼고 2번 아이언을 백에 넣었다. 드라이버 대신 2번 아이언으로 티샷할 생각이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는 퍼팅 그립을 처음으로 바꿨다. 우즈는 이번 대회 14번의 메이저대회 우승 동안 함께했던 핑 PP58그립 대신 램킨 그립을 ‘뉴포트 2’ 퍼터에 장착했다. 2015년 우승자 조던 스피스(27·미국)도 드라이버를 교체해 페어웨이를 지킨다는 전략이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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