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연구원은 지난 16일 ‘지역화폐의 경기도 소상공인 매출액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지역화폐 도입으로 소상공인의 매출 증대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론 지역화폐 결제 증가 덕에 소상공인 매출이 57% 늘어났으며 지역화폐 결제가 없던 점포에서 결제가 생길 경우 115만원의 매출 증대 효과가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경기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분석 대상을 카드형 지역화폐 이용이 가능한 ‘연매출 10억원 미만 소상공인’으로 한정했다. 경기도는 지역화폐를 쓸 수 있는 대상을 ‘연매출 10억원 미만’으로 제한해놓고 있는데 경기연구원은 이곳만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지역화폐를 쓰는 소비자가 있는 매장은 그렇지 않은 매장에 비해 매출이 475만원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국책연구원 한 관계자는 “지역화폐 결제 실적이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기본적인 규모 차이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기연구원은 “직원 수, 상권 및 점포 유형 등을 통제해 도입하는 업체의 기본적인 격차를 최대한 줄였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경제학계 및 연구기관들은 ‘매출 10억원 이상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등에서 매출이 줄어들었다면 전체 경제 효과는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경기연구원의 연구책임자인 유영성 기본소득연구단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지역화폐 이용 여부에 따른 매출 증대 효과가 소상공인간 매출 이전인지를 묻는 말에 “매출 10억원 이상의 가맹 불가 점포로부터 이전돼 나타난 매출 증대 효과”라고 설명했다.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질문에는 비슷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유 단장은 “기본소득의 거시경제 영향연구”라며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한다는 시나리오와 조건만 설정하면 그대로 지역화폐가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 연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역 기준으로 볼 때 전체 매출이 동일할 수는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통대기업과 카드사 매출이 줄고 중소상공인 매출이 늘어나는 것은 연구할 것도 없는 팩트”라고 덧붙였다.
경기연의 연구 범위를 고려하면 분석 결과가 조세연의 연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지역화폐가 해당 지역에서 지역화폐 이용 대상인 소상공인의 매출에 도움이 되는 것은 두 연구가 모두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조세연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국가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연구 범위가 다른 상황에서 결론이 다르다며 연구를 폄훼하는 것은 올바른 토론 자세가 아니다"라며 "국가적인 손실 여부에 대해 새로운 연구를 제시하거나, 일부 손실에도 불구하고 소상공인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적절하다는 논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지역화폐의 효과에 대한 두 연구기관의 해석보다는 권력자의 연구에 대한 태도라는 것이 중론이다. 연구에는 연구로 반박하고 생산적인 논쟁을 펴야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추진하는 정책의 결과와 효과를 미리 규정하고 그에 맞지 않는 연구를 배척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정치인과 행정가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를 참조해 더 나은 정책을 모색해야 하는데, 주요 대권후보가 연구자들을 탄압하는 시각을 드러낸 게 경악스럽다”고 꼬집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