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이 “개정이 내 소신”이라는 의견을 잇따라 밝힌 뒤 파장이 커지자 몇몇 의원들 사이에서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대다수는 “쟁점이 워낙 많고, 기업과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주호영 원내대표)는 정도로 모호한 태도를 취하거나, 익명 인터뷰로 반대 의견을 내는 정도다. 분명히 반대 주장을 편 건 “시장의 자율성과 자정 능력을 떨어뜨릴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에 함부로 찬성하면 안 된다”고 비판한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장 정도다. 이런 상황을 틈타 거대 여당은 “김 위원장의 법 개정 의지를 환영한다”며 정기국회 회기 내 반기업 3법을 통과시킬 태세다.
반기업 3법은 지난달 말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에 제출됐다. 이 중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선임, 다중대표 소송제, 내부거래 규제 강화와 같이 기업을 해외 투기자본의 놀잇감으로 만들고, 재무적 부담을 키울 소지가 다분한 내용들로 채워졌다. 평상시였어도 감내하기 어려울 법안들을 미증유의 코로나 위기 속에 통과시킨다는데도 야당 비대위원장이 반대는커녕 맞장구를 치고 있으니, 기업들은 속이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이 예정에 없이 김 위원장을 찾아가 ‘날치기’를 막아줄 것을 읍소하고,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6개 경제단체가 공동 반대성명을 발표한 것은 기업들이 얼마나 크게 우려하고 있는지 가늠케 한다.
국민의힘은 김 위원장 체제 이후 중도층 표심을 잡겠다는 명목으로 보수 색 지우기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자유시장경제는 보수에 뿌리박은 국민의힘이 끝까지 지켜야 할 가치다. 기업 자율성을 훼손하고, 국가권력에 대한 눈치보기를 심화시킬 반기업 3법 개정에 동조한다면 ‘여당 2중대’라는 비아냥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 104명은 반기업 3법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한 명씩 분명히 답해야 한다. 아무리 선거가 중요해도 반기업·반시장이 당의 정체성일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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