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뉴저지주에서 연간 100만달러 이상 버는 사람이 내야 하는 소득세율은 현행 8.97%에서 10.75%로 올라간다. 종전까지는 500만달러 이상 고소득자에게만 적용됐던 세율 구간이다. 머피 주지사가 2018년 초 취임 직후부터 추진했던 증세안이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가속 페달을 밟은 것이다.
대신 뉴저지주는 부부 합산 연소득이 15만달러 이하이면서 자녀를 두고 있는 가정엔 최대 500달러의 세금을 환급해줄 방침이다. 환급 시점은 내년 여름 이후부터다. 머피 주지사는 기자회견에서 “오랜 기간 지속돼 온 세금 불평등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며 “부유층 희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각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주정부가 비용절감 노력은 하지 않고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정치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공화당은 “부자·기업들이 우리 지역에서 빠져나가면 누가 세금을 대겠느냐”며 “머피의 증세안은 플로리다 경제를 위한 선물이자 뉴저지엔 악몽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유층이 많은 플로리다주엔 소득세가 아예 없다.
뉴저지주 증세 논란은 골드만삭스에서 23년 일한 금융전문가 출신인 머피의 취임 이후 지속돼 왔다. 작년엔 머피가 주도해 ‘폭우세(Rain Tax)’를 도입했다. 지붕과 주차장처럼 빗물이 스며들지 않는 시설을 갖춘 곳을 대상으로 포장 면적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다음달부터는 휘발유에 붙는 세금이 22.5% 인상된다.
다만 머피의 야심작인 ‘온라인 금융거래세’(연간 1만 건 이상 거래하는 금융회사에 건당 0.0025달러 부과) 신설은 난관에 봉착한 상태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나스닥, 시타델증권 등 뉴저지주에 데이터센터를 두고 있는 금융사들이 거세게 반발해서다. NYSE 측은 “법안이 발효되면 즉시 데이터센터를 다른 주로 옮길 것”이라고 공언했다.
뉴저지주는 미국 50개 주에서 세금 부담이 가장 높은 곳이다. 미 비영리 기관인 세금 재단이 발표하는 사업·조세 환경 지수에서 매년 꼴찌를 면치 못하는 배경이다. 머피발(發) 증세 도미노로 내년에도 최하위 기록은 떼놓은 당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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