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주)는 ESR 외에도 바이오, 반도체 소재 등의 분야에서 인수하거나 투자한 기업의 가치가 급등하면서 손을 대는 곳마다 ‘성공 스토리’를 쓰고 있다. 업계에선 △전문 인력의 독자적 투자대상 발굴 △철저한 현장 검증 △포트폴리오 최적화 등 SK(주)의 전략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SR도 현장 답사를 통해 찾아낸 ‘보석’이었다. SK(주) 인프라섹터 투자팀은 2017년 중국의 물류기업 투자 계획을 세웠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 급팽창에 맞춰 물류기업도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대부분 비상장기업이어서 구체적인 정보가 없었다.
인프라섹터 투자팀은 중국 일본 인도 싱가포르 등 아시아 전역을 돌며 투자 기회를 찾았다.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무작정 미팅을 요청한 뒤 수백 번의 현장 답사를 거쳤다. 조동근 프로젝트리더(PL)는 “ESR은 아마존 JD닷컴 등 200여 개 우량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었다”며 “경영진의 전문성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인한 뒤 투자해도 되겠다는 확신을 굳혔다”고 말했다.
ESR에 4900억원을 투자한 SK(주)는 지분 11%를 확보했다. 그 가치는 1조2600억원으로 3년 만에 두 배 넘게 상승했다. 잔여지분(6.4%)의 가치도 7400억원에 달한다.
2017년 초 LG로부터 실트론을 인수할 때 지분 100%를 취득하는 대신 경영권 확보 수준의 지분만 인수한 게 대표적 사례다. SK(주)가 인수하기 전인 2016년 8360억원이던 SK실트론 매출은 2019년 1조543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번 ESR 지분 매각도 포트폴리오 균형을 위해 내린 전략적 판단이다. ESR의 지분 가치가 앞으로 더 높아질 수 있지만 바이오·제약, 인공지능(AI) 등 또 다른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하기 위해 매각을 결정했다. 투자의 선순환을 위해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SK(주)는 투자자문사 없이 독자적으로 인수합병(M&A) 딜을 검토할 만큼 전문 역량을 갖춘 지주회사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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