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한화손해보험 매각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11일 한화손보가 지난해 합작법인으로 세운 캐롯손해보험 주식 1032만주 전량을 한화자산운용에 542억원에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한화그룹은 한화손보의 재무건전성 강화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이를 한화손보 매각을 위한 사전 작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국내 1호 디지털 손해보험회사인 캐롯손보는 지난해 5월 중순 한화손해보험과 현대자동차, SK텔레콤 등이 공동출자해 설립했다. IB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합작법인으로 설립한 캐롯손보까지 팔 수는 없기 때문에 한화손보가 들고 있던 지분을 사내 계열사에 넘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캐롯손해보험의 주주는 한화손해보험(68.34%), SK텔레콤(9.01%), 알토스벤처스(9.01%), 스틱인베스트먼트(9.01%), 현대자동차(4.63%)다. 실제 한화그룹 측은 최근 자문사 등을 통해 캐롯손보 주식 처분 작업과 함께 일부 잠재적 원매자에게 한화손보 인수의향을 타진하며 매각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 입장에서도 수익성이 악화되는 한화손보보다는 캐롯손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Untact) 열풍이 부는 가운데, 대면영업 중심에서 벗어나 디지털 보험업을 확대할 필요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화손보가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경우 거래규모는 최대 1조원 안팎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한화생명은 한화손보 지분 51.4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올해 상반기 기준 순자산(1조8913억원)에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적용한 뒤 한화생명 지분율(51.49%)을 감안하면 9645억원 가량이기 때문이다. 다만 손보사에 대한 업황 부진 등을 이유로 PBR 0.7배를 적용할 경우에는 약 6751억원 수준에서 몸값이 결정될 전망이다.
앞서 한화그룹은 올해 3월 한화자산운용에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5100억원 규모 증자를 단행했다. 당시 한화그룹은 한화자산운용의 글로벌 대체투자 역량을 강화하고자 운용사 인수합병(M&A) 및 해외법인 증자를 위해 자본 확충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도 당시 보험업계 등에서는 한화그룹이 향후 금융계열사 포트폴리오를 한화생명과 한화자산운용에 집중하는 대신 한화손보를 매각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한화손보와 한화증권을 통으로 매각하려고 한다는 관측까지 제기됐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화생명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보험사 M&A 딜은 더욱 확발해지고 있다. 국내 보험시장 성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판단 하에 최근엔 프랑스 최대 보험사인 AXA그룹이 AXA손해보험을 매각에 나서는 등 해외 보험사들의 한국 시장 철수가 잇따르고 있다.
김리안/차준호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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