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 꾸준히 이형(異形) 스마트폰이 등장했지만 ‘바(bar) 타입’ 스마트폰의 아성을 무너뜨리진 못했다. 그동안 제조사들이 실험했던 다양한 종류의 스마트폰을 소개한다.
2007년 애플이 처음 아이폰을 발표하기 전까지만 해도 스마트폰의 상징은 하드웨어 방식의 쿼티(qwerty) 키패드였다. 캐나다의 블랙베리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2000년 쿼티 키패드를 적용한 PDA ‘블랙베리957’을 선보이면서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키패드로 이메일, 메시지 등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 미국에선 기업 차원에서 블랙베리를 도입하는 일이 흔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도 블랙베리 스마트폰을 애용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역할이 점차 콘텐츠 소비로 바뀌면서 작은 화면의 블랙베리를 찾는 사람이 줄었다. 물리 키패드를 없애는 등 변신도 시도했지만 결국 2016년 사업을 접었다. 현재는 라이선스 형태로 블랙베리 이름을 단 제품이 나온다.
2010년대 초반에는 멀티미디어 특화 제품이 잇달아 시장에 나왔다. 영상 시청과 사진 촬영이 스마트폰의 주요한 기능으로 떠올라서다. 3차원(3D) TV가 유행하면서 이를 스마트폰에 도입한 제품도 나왔다. LG전자의 옵티머스 3D가 대표적이다. 2011년 등장한 이 제품은 안경을 쓰지 않아도 3D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3D 영상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면서 제품도 잊혀졌다. 삼성전자는 카메라 특화 스마트폰인 갤럭시S4줌을 2014년 선보였다. 광학 10배 줌렌즈와 손떨림 방지기술(OIS)을 내장했다. 앞에서 보면 스마트폰이지만 뒤를 보면 영락없는 디지털카메라였다. 2014년 후속작인 갤럭시줌2까지 나온 뒤 자취를 감췄다.
화면이 휘어진 제품도 2010년대 초반부터 나왔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평평하지 않고 굴곡이 있는 화면을 제공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2013년 이 같은 제품을 출시했는데 공교롭게 화면이 구부러진 방향이 달랐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라운드는 화면이 가로 방향으로 휘어 있던 반면 LG전자의 G플렉스는 세로 방향으로 휘어 있었다. 이 기술은 나중에 화면 모서리가 구부러진 에지 디스플레이로 발전하게 된다.
LG전자가 2016년 선보인 전략 스마트폰 G5는 파격적으로 모듈형 제품을 표방했다. 스마트폰 하단 모듈을 갈아 끼우면 그에 맞는 특화 기능을 쓸 수 있다. 음악 전용 모듈, 카메라 특화 모듈 등이 나왔지만 사용하기가 어려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후속작인 LG G6에서 다시 일체형 스마트폰으로 돌아가면서 모듈 시스템도 없던 일이 됐다.
현재 가장 경쟁이 뜨거운 폼팩터는 폴더블 스마트폰이다. 접으면 스마트폰, 펼치면 태블릿으로 쓸 수 있는 제품 콘셉트는 스마트폰 등장 초기부터 있었지만 기술 문제로 상용화는 최근 들어서야 이뤄졌다.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지난해 각각 첫 폴더블폰 갤럭시폴드, 메이트X를 내놨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갤럭시Z플립, 갤럭시Z폴드2 등으로 제품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화웨이도 올해 후속작인 메이트X를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무역 제재로 현재는 불투명해졌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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