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에 100경번 연산' 슈퍼컴퓨터, 내년 미국에 들어선다

입력 2020-09-22 13:00  

1초에 100경번(10의 18제곱) 연산이 가능한 엑사(exa) 스케일 슈퍼컴퓨터가 내년 미국에서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현존하는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인 일본 '후가쿠'를 훌쩍 뛰어넘는 성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오는 23~24일 '2020 한국 슈퍼컴퓨팅 컨퍼런스'를 온라인으로 연다.

최희윤 KISTI 원장은 21일 "내년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에 세계 최초의 엑사 스케일급 슈퍼컴퓨터 '프론티어'가 구축될 예정"이라며 "중국과 일본, 유럽연합(EU)도 2022~2023년을 목표로 엑사 스케일급 슈퍼컴퓨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크리지 국립연구소는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이 만들어진 곳이다.

이번 행사에선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중국 국방과학기술대(NUDT),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EU 내 23개 기관으로 구성된 유럽 프로세서 이니셔티브(EPI) 등 4개 기관이 각각의 엑사 스케일 슈퍼컴퓨터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발표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고성능컴퓨팅(HPC) 활용법, 인공지능(AI) 연구를 위한 HPC 인프라 등을 주제로 한 12개 워크숍과 포럼도 열린다.

최 원장은 "이번 행사가 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을 구현하는 슈퍼컴퓨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KISTI는 이론 속도 25.7 페타플롭스(PF), 실측 속도 13.9 PF인 슈퍼컴퓨터 '누리온'을 보유하고 있다. 25.7 PF는 1초에 2경5700조번 연산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누리온은 지난 6월 기준 세계 500대 슈퍼컴퓨터 가운데 17위에 올라있다.

2018년 11월 누리온 가동 이후 현재까지 국내 160여개 기관 소속 3000여명의 연구자가 이 슈퍼컴퓨터를 이용했다. 구체적으로, 연구개발 관련 작업 437만여건이 누리온을 통해 이뤄졌다. 금속 유기골격체로 온실가스 포집(KAIST), 산화하프늄으로 메모리반도체 성능 향상(UNIST), 그래핀 이중층으로 초전도 소재 발굴(서울시립대), 간암 세포를 굶겨 죽이는 기술(서울대·이화여대), 백금 단일원자 촉매로 수소의 대량 생산 가능성 제시(UNIST), 근우주 은하단 구조물 발견(한국천문연구원·고등과학원) 등이 대표적인 연구 성과다.

현존하는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는 일본 이화학연구소가 보유한 후가쿠다. 이론 성능 513.8 PF(초당 51경3800조번 연산), 실측 성능 415.5 PF(초당 41경5500조번 연산)로 지난 6월 IBM 서밋(이론 성능 200.7 PF, 실측 성능 148.6 PF)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황순욱 KISTI 국가슈퍼컴퓨팅본부장은 "코앞에 닥친 엑사 스케일 슈퍼컴퓨터 시대를 맞아 관련 기술 초강대국인 미국, 일본, 중국의 동향을 잘 파악하고 긴밀한 국제협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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