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바람’을 타고 부동산 대출 수요도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전세대출 잔액은 1년 새 두 배로 불어났고, 은행권의 ‘100% 비대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카카오뱅크의 전월세보증금대출 잔액은 3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1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로 불어났다.
카카오뱅크 전세 대출은 ‘100% 비대면’ 부동산 대출 상품이다. 앱에서 24시간 언제든 신청할 수 있고, 영업점이나 주민센터에 가지 않아도 된다. 대출을 받기 위해 반드시 제출해야 했던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등의 서류도 받지 않는다. 대신 스크래핑(읽어오기) 방식을 활용해 이 서류들을 알아서 가져간다. 스크래핑이 되지 않는 전·월세 계약서와 계약 영수증은 사진만 찍어 앱에 올리면 끝이다. 평균 영업일 기준으로 하루면 대출 승인 여부를 알려준다.
카카오뱅크는 은행권 최초로 쉬는 날에도 대출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잔금일로부터 15일 이전까지 대출을 신청해 승인되면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대출금이 입금된다.
카카오뱅크가 전세대출을 출시한 2018년 1월 이전에도 비대면 전세대출 상품은 있었다. 하지만 주민등록등본 등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주민센터에 가야 하거나 대출 약정서를 체결하기 위해 영업점에 한 번은 들러야 했다. 카카오뱅크 전세대출 약정금액이 출시 49일 만에 1000억원을 돌파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같은 해 3월부터 시중은행은 공인인증서를 통한 스크래핑 방식과 쉬는 날 대출금 입금 기능을 앞다퉈 추가했다.
늘어난 전세대출 수요도 비대면 경쟁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 전세자금 대출 상품에 월세 대출을 포함하고, 더 빠르고 편리한 절차를 위해 시스템 개선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비대면 경쟁은 주택담보대출로도 옮겨붙을 전망이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최초의 ‘100%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을 출시했다. 필요 서류를 소득증빙서류와 등기권리증 두 가지로 간소화했다. 모바일 앱에 등기번호를 입력하고 사진만 촬영하면 된다. ‘전자상환위임장’을 활용해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비대면으로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하나·우리은행도 하반기에 모바일 주택담보대출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비대면 금융이 일상화되면서 시중은행도 비대면 상품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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