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만 보더라도 여권과 정치적 이해를 같이하는 이들을 빼면 진지하게 지지하는 전문가가 있는지 의문이다. 검찰 ‘통제’를 넘어 ‘복종’ 요구로 치닫는 양상이 뚜렷해서다. 최근 몇 차례 인사만 봐도 검찰개혁의 허구성이 적나라하다. 초유의 활극을 벌인 검사, 사모펀드 부실 수사 검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불구속 검사 등이 일제히 영전했다. 반면 울산시장 선거공작, 추미애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 수사 검사는 예외없이 좌천 또는 교체됐다. 권력 눈치보기 수사도 가관이다. 실세 여당 의원의 ‘회계부정 고발’을 3개월이나 무시하다, 폭로자가 “나도 같이 잡아가라”고 반발하자 어쩔 수 없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의 친(親)정부 행보도 노골적이다. 지난 4·15 총선 당시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조국수호연대 등 좌파 단체들의 선거 방해행위가 잇따랐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함께 못 본 척 방관했다. 게다가 공수처 입법은 거대한 권력기구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정권 비리 수사는 막고, 판·검사 압박용으로 악용될 것이 유력하다는 게 중론이다. 오죽하면 공수처 찬성론자였던 대선캠프 간부조차 “수장을 대통령이 임명해 조종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차라리 없는 게 낫다”고 하겠나.
권력기관 개혁을 주도하는 권력자들의 행태는 더욱 미덥지 못하다. 두 차례 열린 전략회의의 핵심 멤버인 조국·추미애 전·현직 법무부 장관은 유례없는 스캔들의 당사자들이다. 대학입시, 펀드투자, 병역, 정치자금 등 온갖 추문이 터졌는데도 ‘개혁 방해세력의 소설’이라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태도다. 문 대통령도 국민의 허탈함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들을 감싸기만 하고 있다. 급기야 “대한민국 초(超)엘리트들의 세계에서 특혜가 있다고 해서 불법은 아니다”는 말까지 나왔다. 권력기관보다 더 개혁이 시급한 대상은 권력 자체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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