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의혹' 열흘 만에…'제2 테슬라' 니콜라 창업자 돌연 사임

입력 2020-09-21 17:33   수정 2020-09-22 01:17

최근 ‘사기 기업’ 논란에 휩싸인 미국 수소전기트럭 업체 니콜라의 트레버 밀턴 창업자 겸 회장이 돌연 사임했다. 밀턴 회장은 2014년 니콜라를 창업해 ‘제2의 테슬라’로 급부상시킨 주역이다. 하지만 이달 초 한 공매도 전문 리서치기관이 “핵심 기술과 생산설비도 전혀 갖추지 못한 채 조작한 정보로 투자자들을 모았다”는 의혹을 제기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

밀턴 창업자 “스스로 물러난다”
니콜라는 20일(현지시간) 밀턴 회장이 이사회 의직을 사임했다고 발표했다. 니콜라는 “밀턴 회장이 이사회에 자발적으로 사임 의사를 밝혔고 이사회는 이를 받아들였다”며 “이날부로 밀턴 회장은 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사회 의장 후임으로는 스티븐 거스키 전 제너럴모터스(GM) 부회장이 선임돼 곧바로 업무를 시작했다. 마크 러셀 니콜라 최고경영자(CEO)는 유임됐다.

밀턴 회장은 이번 사임으로 이사회에서 발언권이 없어졌지만 여전히 니콜라 주요 주주로 남는다. 니콜라 전체 지분의 20%인 8200만 주를 가지고 있다. 주식 가치는 약 28억달러(약 3조2500억원)에 달한다. 미국 물류전문지 프라이트웨이브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밀턴 회장은 회사와 자신의 지분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사임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공매도기관 “밀턴은 사기꾼”
주요 외신은 밀턴 회장이 최근 불거진 니콜라 사기 논란에 회사를 떠난 것으로 보고 있다. 공매도 전문 리서치기관인 힌덴버그리서치는 지난 10일 보고서를 통해 니콜라가 사기 기업이라고 주장했다. 니콜라는 수소배터리나 수소전기차를 제조할 기술이 전혀 없고 조작해 만든 시제품과 자료로 투자자들을 현혹했다는 내용이다.

힌덴버그리서치는 보고서에서 밀턴 전 회장을 집중 공격했다. “밀턴 회장은 지난 10년간 거짓말과 속임수를 일삼아온 사기꾼”이라며 “니콜라 자체가 밀턴 회장의 거짓말을 기반으로 꾸며진 사기”라고 썼다. 니콜라는 보고서가 일종의 ‘공매도 작전’이라고 반박했으나 논란이 커지면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가 니콜라에 대해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무혐의 결론이 나올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SEC는 민사소송, 검찰은 형사소송에 나설 수 있다.

밀턴 회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나라는 개인이 아니라 니콜라와 니콜라가 세상을 바꾸는 일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이 때문에 자진 사임을 결정했다”고 했다. 이어 “외부 비방자들이 나에게 제기한 허위 주장에 대해서 스스로를 지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힌덴버그리서치는 자사 트위터 계정에 “밀튼 회장의 사임은 단지 시작에 불과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주가 3개월 만에 반토막
니콜라는 지난 6월 4일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나스닥시장에 상장했다. 6월 9일엔 주가가 79.73달러까지 오르며 미국 자동차업계 ‘빅3’ 중 하나인 포드자동차 시가총액을 뛰어넘었다. 그러나 최근 주가는 30달러대까지 떨어졌고 21일에는 전일 대비 27% 폭락한 25달러로 장을 시작했다.

협력을 약속한 기업도 난처해진 분위기다. GM은 니콜라 지분 11%를 20억달러에 취득하고 니콜라의 ‘뱃저’ 트럭을 생산하기로 했다. 국내에선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이 2018년 11월 니콜라에 총 1억달러를 투자해 지분 6.1%를 사들였다. 비상장사인 이들 기업의 모기업 한화는 밀턴 회장의 사임 소식 발표 이후 이날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1.68% 하락한 2만6300원에 마감했다. 니콜라와 수소차 분야 협업이 예상됐던 한화솔루션은 주가가 7.4% 떨어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최근 니콜라 주식 보유액은 1억4754만달러(약 1700억원)에 달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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