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위원장은 21일 한국경제신문과만나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에 대해 “지금도 한국은 국가가 어마어마한 권한을 쥐고 배임죄 등을 적용해 기업을 죽였다 살렸다 한다”며 “이런 환경에서 이들 법안이 통과되면 더 많은 고소·고발이 쏟아지고 기업은 검찰 등 국가권력의 눈치를 더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2월까지 한국당 비대위원장을 맡아 당 혁신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그는 “국가의 자의적 통제 가능성이 큰 상황에선 시장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그 어떤 조치도 결국 국가권력을 더 강화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규제 3법은) 시장자유주의를 완전히 없애버릴 치명적인 법”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김종인 위원장이 이들 법안에 대해 “법 자체가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재차 찬성의 뜻을 밝힌 데 대해서도 “내용 분석도 안 하고 갑자기 ‘내 철학에 맞는다’는 식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야당이 ‘정부안이 잘됐다’며 그냥 넘어가 버리면 안 그래도 움츠러든 기업들은 어디서 숨을 쉬어야 하느냐”며 “여당이 하는 걸 그대로 따라갈 게 아니라 불합리한 부분은 덜어내고 진짜 자유시장경제를 통해 기업이 기업답게 활동할 수 있게 만들자고 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여야) 논의 과정에서 내용 중 일부가 다소 고쳐질지는 모르지만 공정경제 3법 자체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한국은 국가권력이 기업을 죽이고 살리고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왜 삼성이 정유라에게 말을 사주고, 기업인이 검사를 스폰하려고 줄을 서겠는가”라고 꼬집었다. 국가권력이 강할 수밖에 없는 대표적인 제도적 이유로는 배임죄 등의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똑같은 사안을 두고 검사가 기소를 하기도, 안 하기도 하고 유·무죄 판결이 갈리기도 한다”며 “권력이 마음만 먹으면 그 어떤 기업주도 (혐의를 잡아) 잡아넣을 수 있다는 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규제 3법이 도입되면 고소·고발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기업들은 그만큼 더 검찰과 법원 눈치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말하는 ‘경제민주화’의 목표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지금의 불공정 문제는 시장경제의 부작용이 아니라 관치경제에 따른 여파”라며 “(김 위원장이) 경제민주화 공부를 제대로 한 게 맞느냐”고 일갈했다. 또 “자기(김 위원장) 철학일 뿐이지 과연 당의 철학에도 맞는 것이냐”고도 지적했다.
여당의 국가주도 경제관을 따라갈 게 아니라 자유시장경제를 추구하는 안을 내놓고 국회에서 맞붙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진정한 보수정당의 혁신은 산업 투자를 어떻게 이끌어낼지, 기업들이 어떻게 기업답게 활동하게 만들지, 소액주주와 소비자 등 경제주체들의 균형은 어떻게 맞출지를 고민해 대안을 내놓는 것”이라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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