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발랄하고, 귀엽고, 애절하고, 달달하기까지 했다. 배우 이민정은 그렇게 최근 종영한 KBS 2TV '한 번 다녀왔습니다'(이하 '한다다')에서 활약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했다.
'한다다'는 이혼의 아픔을 경험한 송가네 4남매가 진실한 사랑을 찾고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34.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국민 드라마로 막을 내렸다. 이민정은 4남매 중 셋째, 실제 서열은 1위인 송나희 역을 맡았다. 의대 수석 입학에 깐깐한 성정의 소유자로 같은 병원 동료 윤규진(이상엽)과 결혼하지만, 이후 고부갈등으로 이혼한 인물.
부동산 가격이 오른 후 집을 처분하기 위해 이혼 후에도 윤규진과 한 집에 살며 티격태격하고, 이후 서로의 마음을 깨닫고 달달한 로맨스를 선보이면서 '한다다'를 이끌었다. 유산의 아픔을 딛고 쌍둥이를 출산한다는 마지막 엔딩까지 이민정은 '한다다'의 중심에 서 있었다.
2004년 장진 감독의 영화 '아는여자'에서 이나영의 친구 역으로 첫 연기 활동을 시작한 이민정은 올해로 연기 생활 17년차다. 2013년 동료 배우 이병헌과 결혼해 6살 아들을 뒀으며 결혼 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다다'를 통해 이혼과 재결합을 경험하면서 "부부끼린 배려와 존중이 더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는 이민정은 "(이병헌이) 디테일하게 매의 눈으로 작품을 봐줬다"면서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어 이상엽과 멜로 연기를 할 때 "아들이 '아빠가 화나겠다'면서 눈치를 봤다"라고 후일담을 전하며 훈훈한 가족의 모습을 뽐내기도 했다.
▲ '한 번 다녀왔습니다'를 끝낸 소감이 궁금하다.
올해 초부터 오랜만에 긴 호흡의 촬영을 하다보니까 완급조절과 건강관리를 해야하고 미니시리즈와 달리 여러분들과 함께하며 만들어지는 것들이 많아서 재밌기도 했어요. 오랜시간해서 그런지 끝난 것같지 않고 다시 세트 집으로 돌아가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 '한다다'를 선택한 이유와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부분은.
미니시리즈나 멜로드라마는 시청층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가족들이 다같이 할 수 있는 얘기에 어른들, 아이들 다같이 집 안에서 볼 수 있는 훈훈하고 따뜻한, '그대 웃어요' 같은 드라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했던 것 같아요. 그냥 약간 따뜻한 힐링 오일같은 드라마로 기억되었으면 해요. 아로마 향 같은 자극적이지는 않아도 계속 옆에 있으면 힐링되고 훈훈하고, 자연 속에 있는 편안한 느낌의 드라마.
▲ 긴 호흡의 주말드라마였다. 촬영하면서 힘들진 않았나?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없었는데 날씨(태풍)때문에 힘들었죠. 태풍도 심하고 비가 많이 와서 차에서 비 그치기 기다리는 시간도 많고 스케줄도 많이 바뀌고 해서 스태프와 배우들이 많이 고생했어요. 그래도 무사히 아무 탈 없이 방송 펑크 없이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극 중반되었을 땐 약간 오케스트라 같이 제가 쉬었다, 나왔다가 쉬었다, 나왔다 해야 하면서 완급 조절이 쉽지 않았어요. 미니시리즈가 3개월 내내 나만 팔로우되는 느낌이라면 주말극은 내 스토리가 펼쳐질 때와 빠져야 할 때에 대한 지점들이 있어서 초반에 좀 힘들었죠. 촬영하며서 몸에 익고 나서는 괜찮아졌어요.
▲ 올해로 연기를 시작한지 16년이 됐더라. 여전히 상큼한 로맨스를 보여주고 있는데, 비법이 있다면?
극후반에 규진이와의 달달한 모습을 보여달라고 했을 때 솔직히 놀라긴 했어요. 극초반부터 싸우고 이혼으로 시작했는데 이혼한 사람들이 다시 로맨스를 시작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얘기잖아요. 불구하고 나희와 규진의 로맨스를 응원해주고 멜로에 빠진다는 건 기분좋은 일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로맨스 연기는 바라보는 시선. 바라보는 눈빛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는데 나희와 규진이 후반부엔 별 말 없이 바라보는 순간이 많은데 그들의 이야기를 그런 모습에서 더 잘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자기 관리를 위해 사실은 특별하게 뭔가 하는 건 없어요. 이번 드라마는 너무나 힘들어서 특히나 피부과를 가거나 관리를 받거나 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요. 즐겁게 살고, 잠 잘 자고 물 많이 마시고 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이것 말고는 특별한 건 없는 것 같아요.
▲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대사가 있을까?
"내가 이세상 마지막 네 편이 되어줄께"
규진이가 예전 프러포즈했을 때 했던 대사라고 나와있거든요. 근데 그말을 나희가 재결합할 때 나희 입으로 얘기한 거는 캐릭터에 잘 맞았고 제가 원래 "내 편"이라는 단어를 좋아해서 기억에 남는 대사에요.
또 제가 가장 좋아했던 씬은 엄마에게 유산 얘기를 했던 장면이었는데, 저도 엄마에게 속 얘기를 잘하는 성격이 아니거든요. 엄마가 힘들까봐 말을 못했다고 얘기하는 나희 감정에 공감이 많이 되서 좋았고, 규진 앞에서 임신 장면 얘기할 때, 보신 분들도 좋았다고 해주셨고, 유산 때문에 힘들어졌던 두 사람이 다시 만나기로 했는데 임신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나희와 규진이 얼마나 벅찰까 하는 생각에 감정적으로 공감되고 몰입했어서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 이상엽 배우와는 '찰떡' 로맨스, 송가네 남매들의 '티키타카'도 빼놓을 수 없는 시청포인트였다. 배우들끼리 호흡이 돋보였는데, 실제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이상엽 씨와는 극 초반부터 너무 싸웠던 장면들이 많았어요. 배우들이 모든 연기가 어렵겠지만 싸우는 연기는 감정이 올라가고 목소리가 커지기 때문에 합을 많이 맞춰봐야 더 편하게 나오거든요. 그런데 감정이 쌓이는 과정 없이 처음부터 싸우는 클라이맥스부터 시작해서 어렵기도 했는데 지나보니 기억에도 남고, 어려운 연기로 첫 스타트를 끊어서인지 그 이후의 연기 호흡이 한결 쉬워지긴 했어요.
이상엽 씨는 가장 많은 장면을 함께 연기해야 했기에 서로 의지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이상엽 씨가 평상시나 연기할 때나 능청스럽고 자연스러운 부분이 많아서 로맨스 연기할 때 둘의 합이 잘 맞았던게 아닌가 싶어요. '나규커플'이라는 애칭도 붙여 주고, 두 사람 얼굴이 많이 닮아서 함께 나오는 모습이 기분 좋고 편안하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기분 좋았죠.
촬영장은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대기실을 다 같이 써서 촬영하다보면 KBS 대기실에서 12시간 같이 있게 돼요. 일반적으로는 대사를 맞춰볼 때가 아니면 대기 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거든요. 이 드라마를 하는 동안은 대기실에 긴 시간 있다보니 같이 음식도 나눠 먹고, 웃고 떠들고 하는 분위기였죠. 원래 드라마하면서 자연스럽게 2~3kg이 빠지는데 이 드라마를 하면서는 같이 어울려 먹다 보니 오히려 살이 쪄서 고민일 정도였어요. 감독님이 그만 떠들고 촬영하자고 할 정도로 정말이지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 어느덧 촬영장에서 고참급이 됐는데, 이번에는 선배들도 많았다. 천호진, 차화연, 김보연, 이정은 등과의 연기는 어땠나?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시고 옛날 여담같은 것도 많이 해주시고, 선생님들이 저희를 편하게 해주시려고 많이 배려해 주셨어요. 다들 편안하고 좋으신 분들이셨고요. 천호진 선생님은 정말 가족처럼 저희를 대해주셨다. 특히 천호진 선생님이 중간에 부친상을 당하셨을 때 10여명의 배우들이 모두 같이 갔었는데 정말 그때 분위기가 가족같았어요. 가족들이 온 것 같다며 고마워 해주셨고요.
▲ 가족드라마였고, 극 초반 이혼을 하고 재결합 한다는 설정 때문에 작품을 하면서 부부 관계나 가족에 대한 생각도 많지 않았을까 싶다. 작품을 하면서 가족관이 달라진 부분이 있었을까?
마지막에 차화연 선생님이 왈츠 추시면서 한 내레이션이 우리 드라마의 주제인 배려와 존중이었어요. 전래동화 같지만 가족일수록, 부부일수록 그렇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평상시에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거 같아요. 처음보는 사람한테 잘보이는 건 쉽지만, 가족이 좋게 보는건 더 어렵잖아요. 결혼할 때 주례봐주신 신영균선생님 부부를 뵈면 60여년 결혼 생활을 하시면서도 지금까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시는 모습을 보며 느낀 점이 많았어요.
▲ 얼마 전 상대역이었던 이상엽이 예능에 출연해 '애정신을 찍을 때마다 이병헌 배우의 눈치가 보인다'고 해서 화제가 됐는데 아내로선 어땠나?
애정 장면은 멜로가 위주인 드라마가 아니여서 특별한건 없었는데 아들이 '큰일났다'고 반응한 건 있었어요. 아빠는 괜찮은데 아들이 아'빠 화내겠다'며 아빠의 눈치를 봤다고 하더라구요.
▲ 가족들의 '한다다' 연기에 대한 반응은.
(이병헌은) 디테일하게 매의 눈으로 잘 봐줬어요. 좋았던 씬이나 '이런 케이스면 어땠을까' 하는 의견을 주기도 하고 가족들이 공감하며 봤었던거 같아요. 제 6살 아들이 '다재커플'을 보면서 '사돈'이라는 말이 '좋아하는 사람을 말하는거야?'라고 묻더라구요. 드라마의 로맨스나 코믹부분들이 남녀노소 불문하고 좋아할수 있는 요소가 있었다고 봐요.
▲ 작품을 마친 후 어떤 계획이 있을지?
2020년 남은 계획이라면, 너무 짧긴 한데 9월 달은 좀 쉬어야 될 것 같고, 너무 운동 같은 것을 못해서 내 몸에 좀 투자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체력이 거의 고갈된 느낌이 있었어요. 요가도 다시 시작하려고요. 배우로서의 작품 활동은 물론 엄마로서 아내로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다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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