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 벌이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소송에서 공세로 전환했다. SK이노베이션은 22일 자사가 LG화학의 기술을 탈취하고 소송 과정에서 문서 삭제 등을 통해 증거를 인멸했다는 LG화학의 주장에 대해 "모두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최근 업계에서는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분사 결정을 계기로 양측이 극적 합의를 이룰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지만, 여전히 감정의 골이 깊다는 것이 드러났다. "어느 한쪽이 치명상을 입어야 끝이 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LG화학이 삭제됐다고 주장한 주요 문서들은 포렌식(데이터 복구) 전문가의 분석 결과 한 건도 빠짐없이 정상 보존되고 있음을 확인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증거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발명자의 클라우드 업무 시스템 백업파일을 포렌식을 위해 LG화학에 제공했는데도 문서를 삭제했다며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작년 7월부터 공용 웹하드에서 증거 인멸을 위해 총 74건의 LG 관련 파일을 삭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71건은 멀쩡히 보존 중이고 삭제된 3건 파일(양극재 테스트 관련)은 데이터값 자료로 정리돼 보존돼 있다는 게 SK이노베이션의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왜곡·억지 주장을 하는 것은 근거 제시를 통한 정정당당한 소송전략이 아니라 말도 안 되는 문서 삭제 프레임에 의존하는 것으로 오해받기 충분하다"고 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에서 취득한 배터리 특허(994 배터리)가 LG화학의 선행기술(A7 배터리)를 베낀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포렌식 결과 A7은 994 특허의 선행기술이 될 수 없다"며 "기술적 차이가 ITC 절차에서 명백히 밝혀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LG화학이 수차례에 걸쳐 억지 거짓 주장으로 SK이노베이션을 터무니없이 매도하고 있다"며 "LG화학은 '소송갑질'을 그만두고, 정정당당하게 소송에 임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LG화학 측은 "일일이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ITC에 본인들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을 마치 LG화학의 주장이 거짓으로 밝혀진 것처럼 오도하지 말라"고 밝혔다. ITC에서 진행 중인 SK이노베이션의 LG화학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은 다음달 5일 나온다. ITC는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예비결정을 내렸다. 이후 SK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재검토 절차를 밟고 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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