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2일 비대면 화상회의로 진행된 사장단 워크숍에서 강조한 말이다. 구 회장은 “앞으로의 경영환경은 더 심각해지고, 어려움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어려움 속에도 기회가 있는 만큼 발 빠르게 대응해 가자”고 말했다.
구 회장 취임 후 두 번째로 열린 이날 사장단 워크숍에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주)LG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권봉석 LG전자 사장 등이 참석했다.
구 회장은 올해 초부터 고객 중심으로 경영 마인드를 바꾸라는 방침을 밀어붙이고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모든 것을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좋은 상품을 개발해 좋은 가격에 파는 것을 넘어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고객을 고려하라는 주문이다.
LG그룹 관계자는 “신년사에서 고객의 고민 지점을 파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면 이날 강조한 집요함은 고객 자신도 몰랐던 수요와 불편함을 낱낱이 알아내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날 회의에서도 시장 세분화와 소비자 수요 파악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LG그룹 사장단은 구체적인 소비자 수요를 찾아 집요하게 파고들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소비자 의견을 제품 개발과 기획에 반영하기 위해 소비자 구매의사결정 단계를 나눠 단계별로 점검하기로 했다.
LG전자는 구 회장의 ‘페인 포인트’ 발언 이후인 지난 6월 ‘고객가치 혁신실’을 신설했다. 주된 업무는 제품 개발부터 판매·설치·서비스에 이르는 모든 영역에서 소비자의 고민 지점을 파악하는 데 있다. 수집한 데이터는 제품 개발에 반영하거나 고객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활용한다. LG전자는 이외에도 ‘고객 접점 혁신위원회’ ‘고객 대변인단’ 등을 두고 소비자 의견을 수시로 듣고 있다.
소비자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 분야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디지털 전환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LG전자의 디지털 전환이 모범 사례로 꼽혔다. LG전자는 소비자가 가전을 이용하는 방식과 시간은 물론 사용 각도와 소비자의 뇌파 등 미세한 부분을 측정해 관리한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제품 디자인과 기획,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LG그룹은 하반기 LG 계열사 20여 개 조직에서 선정한 40여 개의 세부 디지털 전환 과제를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길 계획이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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