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텐센트 리스크'에 발목 잡힌 한국 게임

입력 2020-09-22 17:25   수정 2020-09-23 01:18


최근 중국 게임업체 텐센트가 잇따른 악재를 만나면서 한국 게임산업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국내 인기 게임들의 해외 유통을 맡은 텐센트가 다양한 이유로 게임 서비스에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그동안 한국 게임 수출에 크게 기여한 텐센트가 오히려 한국 게임업체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게임 수출 ‘빨간불’
22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중국 출시 일정이 아직도 불투명하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올해 국내 게임업계의 최대 기대작이었다.

이 게임의 원작인 PC 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는 지금도 중국에서 연간 1조원 이상의 수익을 넥슨에 가져다줄 만큼 중국 내 기반이 탄탄하다. 올해 중국 내 출시를 앞두고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한 사전 이용자 등록에 6000만 명 이상이 참여해 흥행이 쉽게 점쳐졌다.

당초 넥슨은 지난 8월 12일을 중국 출시일로 잡았다. 하지만 출시 전날 일정을 돌연 연기했다. 넥슨 관계자는 “중국에서 이 게임을 유통하는 텐센트게임즈의 ‘미성년자 게임 의존(게임 내 과몰입) 방지 시스템’ 적용 작업이 늦어지면서 일정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월부터 미성년자의 게임 과몰입을 막기 위해 게임 이용 가능 시간을 강제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업계에서는 다른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내 유통권을 가진 텐센트와 중국 정부 사이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중국에서 게임 사업을 하는 업체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게임 셧다운제’를 도입한 지 6개월이 넘었는데 중국 1위 업체 텐센트가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그것도 출시 예정 전날 급하게 연기한 것은 텐센트가 중국 정부와 풀어야 할 ‘과제’가 생겼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게임사로 불똥 튀나
크래프톤도 텐센트 때문에 게임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인도 정부는 지난 2일 중국 스마트폰 앱 118개의 사용을 금지했다. 여기에 크래프톤의 자회사 펍지가 만든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포함됐다. 인도 정부는 보안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중국과의 국경 분쟁에 따른 보복 성격이 강하다.

한국 게임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금지 목록에 들어간 것은 이 게임의 해외 유통을 텐센트가 맡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다운로드의 20% 이상이 인도에서 발생한다. 그만큼 펍지와 텐센트에 인도는 중요한 시장이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글로벌 흥행 덕에 국내 게임사 중 상반기 영업이익 기준 2위까지 올라왔다. 텐센트는 인도 내 게임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개발사인 펍지에 인도 서비스 운영권을 넘길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텐센트로 인한 한국 게임산업의 리스크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 정부는 최근 텐센트가 투자한 미국 내 게임사들에 데이터보호 규약에 대한 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처럼 텐센트가 지분을 보유한 게임업체의 미국인 정보 유출 우려를 이유로 관련 게임사와 거래 금지 등을 압박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텐센트는 국내 게임사에도 활발히 투자했다. 넷마블,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등의 주요 주주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아직 한국 게임업체들에 대한 미국 정부의 언급은 없지만, 한국 기업을 포함해 텐센트가 투자한 수백 개 게임사들의 리스트가 미국 현지에서 돌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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