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종근당, 프라임제약, 제일약품 등이 제기한 콜린알포세레이트 급여 축소와 관련된 기준 변경 효력을 관련 고시 취소 청구 판결 때까지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치매 환자를 중심으로 사용되는 약물이다. 보건복지부는 이 약물의 처방이 늘고 있으나 임상적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해 건강보험 급여 축소 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치매로 인한 효능 효과에 대해서만 급여를 지금처럼 받고, 감정 및 행동변화, 노인성 가성우울증 등 나머지 효과는 본인부담금 비율이 80% 오르게 됐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를 판매하는 제약사들은 정부 결정에 즉각 반발해 효력정치 가처분 신청, 고시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결정문에서 "나머지 효능·효과와 관련된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은 기존보다 상당히 늘어난 비용 부담을 감수하면서 이 사건 약품을 계속 처방받거나 아니면 이 사건 약품에 의한 치료를 포기할 상황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며 "제약사들의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거나 시장 자체가 소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소송 참여를 결정한 제약사들은 각각 법무법인 광장, 세종을 선임해 공동소송에 나섰다. 업계에선 효력정지 가처분을 이끌어낸 세종에 이어 광장을 선임한 제약사들도 조만간 비슷한 결과를 얻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효력 정지가 이뤄진 만큼 본안 소송 때까지 이전과 같은 판매가 가능하다. 제약사들은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에 대한 임상 재평가를 시행하기로 한만큼 이를 마치고 효능을 확인한 뒤 급여 조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할 계획이다. 이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급여 삭감을 2년 가량 미룰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제약업계가 부담을 감수하면서 정부와 소송을 벌이는 이유는 매출과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처방 규모는 3525억원으로 2016년 1676억원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 업계는 기존 처방의 80% 가량이 변경된 본인부담금의 영향을 받는 만큼 최악의 경우에는 80~90%의 매출 감소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웅바이오 글리아타민과 종근당 글리아티린의 지난해 처방액(유비스트 기준)은 각각 947억원, 761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지난해 치매치료제 청구금액 비율(17.1%)을 대입하면 글리아타민은 연 785억원, 글리아티린은 631억원의 매출이 사라지는 셈이다.
반면 퇴행성 뇌질환에 대해 이렇다 할 치료제가 없다는 것은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에 유리한 점이다. 제약사들은 의사들을 상대로 이같은 점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한 제약사 마케팅 담당자는 "비치매 환자의 경우에도 경도인지장애나 인지기능저하 고위험군 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 매우 제한적"이라며 "이로 인해 환자 부담금이 올라도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사용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임상적 근거가 불명확한데도 건강보험으로 지원하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며 전면 급여 철회를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제약업계는 정부의 한방 첩약비 일부를 건강보험으로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드러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안면신경마비, 65세 이상 뇌질환 후유증, 월경통 등을 시범사업으로 정해 3년간 진행한다. 한약에 건강보험 지원이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사계와 제약사들은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가 임상적 근거불충분을 이유로 건강보험 지원 범위가 줄었는데 반해 첩약은 대규모 임상시험 없이 시범사업을 먼저 진행한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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