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몰(天猫:고양이), 간편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앤트그룹(??集?:개미), 물류 브랜드 차이냐오(菜?:새), 여행 플랫폼 페이주뤼싱(?猪旅行:돼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그룹인 알리바바(阿里巴巴)의 자회사 이름들이다. 알리바바는 홈페이지에도 그룹 생태계를 '알리바바 동물원(Alibaba Zoo)'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자회사와 서비스명에 동물 이름 붙이기를 선호하고 있다.
개미, 하마, 새우, 말, 사슴 등 28개에 이르는 동물 이름이 붙은 자회사들이 있다. 알리바바는 최근 내부 프로젝트로 진행해 온 신제조(스마트제조) 플랫폼을 선보이며 '쉰시(迅犀·빠른 코뿔소)'라는 이름을 붙였다. 알리바바 동물원에 29번째로 코뿔소가 가세한 것이다.
쉰시는 티몰 등 알리바바 온라인쇼핑 플랫폼에 쌓인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최신 트렌드를 분석해 판매를 예측하고 소비자 맞춤형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디지털 공장이다.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 전 회장은 과거 ‘5신(5新)’이 우리의 미래 트렌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5신은 신유통, 신금융, 신제조, 신기술, 신에너지 등이다.
알리바바가 동물 이름을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마윈은 2014년 기업설명회 당시 “우리는 한 종류의 동물을 키우는 농장보다는 다양한 동물을 사육하는 동물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마윈은 알리바바 전체를 하나의 동물원에 비유하며 다양한 서비스와 플랫폼을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알리바바가 2018년 설립한 반도체 회사는 의미심장하다. '벌꿀오소리(라텔)'를 뜻하는 핑터우거(平?哥)라는 이름이 붙었다. 벌꿀오소리는 족제빗과에 속하는 동물로 몸길이 60cm, 몸무게 10kg 정도지만 성질이 거칠어 자기보다 큰 동물을 상대하는 속성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용감한 동물”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마윈은 직접 핑터우거란 이름을 붙이면서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으로 계속 전진한다는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거친 도전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알리바바란 회사 이름은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이야기에서 따왔다. 마윈이 미국 레스토랑의 여종업원에게 알리바바가 무엇인지 아냐고 물었을 때 아라비아 설화라는 대답이 나오자 확신을 가졌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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