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LG와 다이슨의 무선청소기 '양강구도'를 깬 삼성전자가 가격을 더 낮춘 제품으로 시장 영토를 넓힌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무선청소기 브랜드인 '제트 시리즈' 중 가장 저렴한 '제트 스페셜 에디션(SE)' 판매를 시작했다. 성능은 전작처럼 프리미엄급으로 유지하되 가격을 약 27만원 내린 80만~90만원대로 책정했다. 100만원이 훌쩍 넘어가던 기존 무선청소기 가격 대비 20만~30만원 저렴한 수준이다.
삼성 제트 SE는 통째로 물세척이 가능한 먼지통과 고성능 필터 시스템을 갖췄다. 전작과 성능 부분에서 큰 차이가 없다. 27개 에어홀의 제트 싸이클론도 탑재해 최대 200와트(W)의 흡입력을 유지했다. 생활먼지뿐만 아니라 미세먼지도 흡입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내부로 흡입된 미세먼지는 5중 청정 헤파 시스템으로 99.999% 배출 차단한다.
배터리 전압은 기존 21.9V에서 21.6V로 줄었다. 또 초강력 모드로 청소시 배터리 지속시간이 기존 12분에서 10분으로 줄었다. 원가 절감을 위해 외관 마감재도 가벼운 소재로 바꿨다.
디자인도 바꿨다. 기존에는 바디 색상이 실버, 화이트, 티탄 등이었지만 바이올렛, 민트, 실버로 변경됐다. 무게도 90g 더 가벼워져 손목에 가는 무리를 줄였다. 착탈식 배터리로 일반모드시 최대 60분 사용 가능하며(배터리 2개 사용시 120분), 3시간30분 만에 초고속 충전이 가능하다.
국내 무선 청소기 시장 규모는 수량 기준 매년 약 30%씩 증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시장 점유율은 1위 LG전자가 50%대, 삼성전자가 20%대, 다이슨이 10%대로 예상된다. 지난해까지 LG와 다이슨에 끼여 고전하던 삼성전자가 올 들어 본격적으로 점유율을 늘렸다.
다이슨은 2016년 '컴플리트 시리즈'로 국내 무선 청소기 시장을 개척한 이후 사실상 시장을 독식해왔다. 2016년, 2017년 다이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80%에 달했다. 그러나 LG전자가 2018년 업계 최초로 물걸레 기능을 탑재한 '코드제로'를 내놓으면서 시장의 판도가 바뀌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무선 청소기 '제트' 신제품과 제트 전용 먼지배출 시스템인 '청정스테이션'을 내놓은 이후 올 상반기 이후 시장 점유율에서 다이슨을 제친 것으로 업계는 파악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먼지통을 청결하고 간편하게 비울 수 있는 청정스테이션이 출시된 지난 3월부터 5개월간 제트 판매는 전년 동기간 대비 약 3배, 전작 대비 약 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엔 무선청소기 월간 최다 판매를 갈아치웠다.
그간 100만원대가 훌쩍 넘는 프리미엄 제품만 내놓던 다이슨은 지난 7월 국내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 360도 헤드가 돌아가는 '옴니-글라이드'와 무게가 1.9kg으로 가벼운 '디지털 슬림' 등을 50만~80만원대로 가격을 확 낮춰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외산 제품의 경우 사후처리(AS) 서비스 등이 부족하고 한국 주거 환경에 맞지 않은 제품이 많아 점차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며 "올해는 다이슨이 밀리고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이 올라오는 등 업계 판도가 바뀌고는 있지만 LG전자는 1위의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