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독일 쾰른 오페라극장의 정단원으로 임명된 그는 2012년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주인공 홀랜더 역을 열연해 ‘바이로이트의 영웅’이란 별칭을 얻었다. 주역에 내정된 예브게니 니키틴이 나치 문신 논란에 휩쓸려 축제 개막 사흘을 앞두고 하차했다. 시간이 부족했음에도 무대를 완벽히 소화한 그를 평단에선 ‘축제를 구한 영웅’이라고 불렀다.
주로 맡아온 배역이 ‘헬덴(영웅) 바리톤’이었던 점도 유명세에 힘이 됐다. 헬덴 바리톤은 영웅적인 캐릭터를 중후한 음성과 다채로운 기교로 소화하는 배역이다. “바그너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의 보탄 등 음역 폭이 넓고 초인적인 캐릭터를 주로 맡았죠. 한정된 배역에 얽매이지 않고 베이스 바리톤의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는 게 제 바람입니다.”
그는 오는 12월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여는 콘서트 ‘사무엘 윤의 오페라 클라이막스’에서 ‘다양한 색깔’을 펼쳐낼 예정이다. 베르디의 ‘아틸라’,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 구노의 ‘파우스트’의 하이라이트를 선보이는 무대에서 소프라노 서선영, 테너 강요셉, 바리톤 김주택이 함께 호흡을 맞춘다. 이탈리아 토리노 극장에서 오페라 코치를 맡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정운이 반주한다.
이 중 ‘아틸라’는 국내에서 좀처럼 연주되지 않는 오페라다. 주인공 아틸라의 카리스마를 소화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성악가들이 부르기 까다로운 곡입니다. 베이스나 바리톤이 아틸라 역을 맡기에 음역대가 넓죠. 훈족의 왕 아틸라가 가진 권력을 목소리로 풀어내야 해 성량도 커야 합니다. 이런 아틸라의 매력을 한국 관객에게 선보이고 싶습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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