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7호선 학동역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현상 씨(56)는 최근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1주일 만에 배달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20% 줄었기 때문이다. 인근에 배달앱 요기요의 배달 전문 플랫폼 ‘요마트’ 점포가 생기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김씨는 “우리 점포에서 파는 물품 수는 700여 개인데 요마트는 3000개가 넘는다”며 “같이 배달하지만 요마트의 배송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편의점업계와 요기요 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요기요의 물류거점으로 배달서비스를 대행하는 점포로만 알았던 요마트가 개점 1주일 만에 여기저기서 편의점 영역을 침범하고 있어서다. 편의점업계 전체적으로 “요기요가 우리를 속였다”며 집단 대응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지난 16일 요기요가 요마트 점포를 열면서다. 요마트는 ‘차세대 초고속 배달’을 표방하는 요기요의 새로운 서비스이자 도심형 물류창고 이름이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요기요 운영사)의 관계사인 딜리버리히어로스토어스코리아가 운영을 맡고 있다. 요마트 인근 3㎞ 내 거주자들은 원하는 물품을 요기요 앱에서 구매하면 최대 30분 안에 배달받을 수 있다. 학동역 인근 오피스 빌딩 직장인들은 사무실 비품과 간식거리를 요마트에서 주문하기 시작했다.
편의점들은 요마트로 인해 점포의 배달 매출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유는 세 가지다. △편의점과 비슷한 상품 구색에 더 빠른 배송 속도 △요기요 앱에서 편의점 브랜드가 요마트보다 하단에 노출 △편의점 물품 배달로 쌓인 요기요의 빅데이터가 요마트 운영에 활용될 가능성 등이다.
편의점업계가 분노하는 포인트는 불공정 부문이다. 요기요 측은 배달 앱의 편의점 카테고리에서 요마트를 맨 위 상단에 노출시키고 있다. 학동역 인근 상당수 편의점 점주가 요기요 앱 상단 노출을 위해 광고비를 내고 있지만 항상 요마트 밑으로 밀려나고 있다.
요기요 측은 기존 데이터 활용이 불가능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관계자는 “같은 계열사라고 하지만 요기요와 요마트를 운영하는 법인이 엄연히 달라 데이터 제공이 불가능한 구조”라고 해명했다. 편의점과 상품 구색이 겹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편의점·마트에서 다루지 않는 물품들을 향후 대거 선보일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앱 노출 순서 문제는 추후 시스템을 개선해 해결하겠다”고 답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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