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로 ‘대박’을 터뜨린 진단업계가 다시 분주해졌다. 올겨울에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를 한 번에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더 빨리 내놓기 위해서다. 동시진단 시장을 선점하려는 국내 진단업체들의 제품 판매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수출용 허가-정식 승인 동시 진행
23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와 독감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제품 출시를 준비 중인 국내 진단업체는 씨젠, 수젠텍, 바이오니아, 바디텍메드 등 최소 13곳이다.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수출용 허가를 받은 업체도 있다. 지난 7월 젠바디가 항원진단키트로, 지난 10일 앤디포스가 실시간 유전자증폭(RT-PCR) 방식으로 수출용 허가를 획득했다.항원진단은 콧물, 가래 등에서 바이러스가 있는 단백질을 검출하는 방식이다. 15분 안팎이면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분자진단의 일종인 RT-PCR 방식은 콧물, 가래 등에서 검체를 채취한 뒤 바이러스 유전자 유무를 확인한다. 대개 6시간가량 걸린다.
독감과 코로나19를 같이 진단하는 제품은 현재로선 기존 코로나19 진단기기와 달리 식약처의 긴급사용승인(EUA)을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진단 업체들은 별도 임상 기준 없이 평가 자료만 제출하면 되는 수출용 허가를 우선 추진하되 정식 승인을 위한 임상을 따로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지난 17일 식약처로부터 임상 계획을 승인받은 바이오니아 관계자는 “이번 임상과 별개로 수출용 허가를 하루라도 빨리 받기 위해 별도 제품 평가를 먼저 시작했다”고 말했다.
감기 찾아내고 상온 보관 가능하게
업계에선 조금이라도 빠르게 동시진단키트를 내놓는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도 지난 4월 다른 국내 업체보다 발 빠르게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EUA를 받은 씨젠, 오상헬스케어는 지난 2분기 각각 2748억원, 139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업계 매출 1, 2위를 차지했다. 3분기 들어 후발주자로 진입한 업체들은 진단키트 수백 개가 시장에 나와 있는 상황을 맞닥뜨려야 했다. 랩지노믹스 관계자는 “시장 수요에 맞추기 위해선 독감 유행 시기에 접어드는 11월 내에 제품 개발을 마쳐야 한다”고 설명했다.코로나19 유행 초기에 국내 업체들이 가졌던 이점도 사라졌다. 당시엔 한국이 유럽, 미국보다 먼저 코로나19 유행을 겪으면서 국내 업체들이 한발 앞서 진단키트를 내놓는 게 가능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유럽 등에서도 국내 업체들과 비슷한 속도로 동시진단키트 개발이 가능하다”며 “각국이 자국 제품을 선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는 제품 차별화로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씨젠, 티씨엠생명과학은 A·B형 독감과 코로나19 외에 중증 모세기관지 폐렴을 유발할 수 있는 세포융합바이러스(RSV)와 감기 등 바이러스 5종을 한꺼번에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바디텍메드는 동결 건조 방식으로 제작해 상온 배송·보관이 가능한 RT-PCR 진단키트를 만들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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