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기능 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약에 대한 보험 급여가 축소되면서 제약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대웅제약 종근당 등 80여 개 제약사는 정부를 상대로 소송전(戰)까지 불사하며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급여 축소를 이유로 제약사들이 단체소송을 벌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의 콜린알포세레이트 급여 축소 결정으로 제약사들의 매출은 연간 3000억원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를 보게 되는 제약사는 종근당, 대웅바이오,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제일약품 등 80여 곳이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치매 환자에게 주로 처방하는 약물이다. 하지만 치매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보험급여 지급을 놓고 논란을 빚어왔다. 복지부는 임상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며 건강보험 급여 축소를 결정했다. 중증·일반 치매 치료에만 현행대로 환자 본인부담률 30%의 급여를 유지하고 감정 및 행동 변화, 노인성 가성우울증 등 다른 치료에 처방할 경우에는 환자 본인부담률을 80%로 올렸다.
제약사 매출엔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처방 규모는 3525억원으로 2016년 1676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업계에선 이번 조치로 매출의 80~90%가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규모가 400억~7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드는 것이다. 대웅바이오 글리아타민과 종근당 글리아티린의 지난해 처방액(유비스트 기준)은 각각 947억원, 761억원이었다. 여기에 지난해 치매치료제 청구금액 비율(17.1%)을 적용하면 글리아타민은 785억원, 글리아티린은 631억원의 매출이 사라지는 셈이다.
종근당, 대웅바이오,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제일약품 등 80여 개 제약사는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9월 1일부터 시행하려던 약가 인하는 아직 적용되지 않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기준 변경 효력을 관련 고시 취소 청구 판결 때까지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1심 판결 전까지 급여 축소 방침을 정지시킨 것이다.
효력 정지가 이뤄진 만큼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는 고시 취소 청구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전과 같은 판매가 가능하다. 제약사들은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에 대한 임상 재평가를 하기로 한 만큼 효능을 확인한 뒤 급여 조정을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할 계획이다. 이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급여 삭감을 2년가량 미룰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제약사들의 단체소송이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에 적극 맞서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 약가 인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제약사들이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이례적으로 정부에 반기를 든 것은 향후 만성질환 치료제 등에 대한 추가적인 약가 인하를 저지하기 위한 집단행동 성격도 없지 않다”며 “약가를 둘러싸고 정부와 제약사 간 갈등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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