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정부가 전세 만기가 몇 달 안 남은 집을 산 경우 이 집에 거주하던 세입자는 계약갱신권을 쓸 수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리자 세입자가 돌변했다“며 ”이미 오피스텔 전세금 중 일부를 받아 아파트 중도금을 납부한 상황인데 계획이 틀어져 정신적 피해가 상당하다"고 하소연했다.(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임대차 분쟁 피해 호소 사례 모음' 중 한 사례)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장에서는 매물의 가격이 벌어지고 있다. 입주가 즉시 가능한 물건은 매매가가 되레 치솟고, 전세기간이 많이 남아 있는 매물의 경우 호가가 떨어졌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는 매수 즉시 입주가 가능한 물건의 호가가 최고 18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내년 2월까지 세입자와 전세 계약이 돼 있는 동일한 주택형의 가격은 16억원 초반까지 내려갔다. 강동구 고덕동의 ‘고덕그라시움’ 전용 59㎡의 경우, 즉시 입주 가능한 매물 호가는 14억원, 전세를 낀 물건은 13억원으로 최고 1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고덕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즉시 입주 가능한 매물이 매우 귀하고 호가도 비싸다”면서 “ 현재 세입자가 살고 있는 물건은 4년간 세입자에게 묶이는 셈이니 매수자들이 쉽게 계약을 하려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수요자들은 정작 내 집을 놔두고 다른 집에 전세를 살아야 하는 고충이 발생한 것이다. 새로 구한 전세집의 집주인 또한 연쇄적으로 이러한 처지에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 규제가 또다른 피해를 키우는 '규제의 역설'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서울 서초구와 용산구 등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서의 갭투자 비율이 지난달 70%를 넘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국토부에서 제출받은 ‘2018년 이후 갭투자 현황’에 따르면 올해 8월 서울 서초구의 갭투자 비율은 72.4%로 집계됐다. 용산구는 123건 중 87건(70.7%)이 갭투자였고 △강남구 62.2% △성동구 54.7% △강동구 54.5% △관악구 51.2% △송파구 50.7% 등도 갭투자가 절반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평균 갭투자 비율은 44.4%였다.
실수요자들 사이에선 "이젠 내 집 사고 입주도 못 하게 됐다", “정부가 갭투자 하지 말라더니 이젠 실거주 막고 억지로 갭투자 만든다” 등의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또한 “지금도 2년까지 세 끼고 집 사고판다. 이제는 임차인이 살 수 있는 기간이 2년에서 4년으로 늘었다는 걸 전제로 매매 거래가 바뀌게 될 것”이라는 발언으로 정부가 갭투자를 용인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갭투자는 세입자를 내보내기도 어렵게 돼 어쩔 수 없이 보증금을 승계 받은 경우일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갭투자를 막겠다고 공언해놓고 세입자가 있는 집을 사면 실거주를 하지 못하고 2년은 임대로 돌려야 해 결국 갭투자자 외에는 집을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놨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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