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교사가 여고생들에게 반복해서 엎드려뻗쳐 후 일어나게 한 체벌은 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 모 고등학교 교사 A(52·남)씨는 지난해 12월 14일 교무실에서 제자 B(17)양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때렸다.
A씨가 B양을 때린 이유는 겨울 방학식에 별다른 이유도 없지 지각해서다. A씨는 이에 분을 참지 못하고 손찌검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A씨는 2018년 4월엔 교실 앞 복도에서 C(17)양과 D(17)양에게 엎드려뻗쳐 후 일어났다가 다시 엎드리는 체벌은 10차례 반복해서 지시했다.
A씨가 이같은 체벌을 가한 이유는 C양과 D양이 당시 모의고사 시험에 쓸 컴퓨터용 사인펜을 매점에서 사느라 입실 시간을 넘겨 교실에 와서다. 또다른 학생은 체육복을 입고 있다며 A씨로부터 심한 욕설을 듣기도 했다.
A씨는 같은해 9월엔 야간자율학습(야자)이 시작될 무렵 또 다른 제자(17·여)를 교실 밖 복도로 불러내 "자꾸 열 받게 할 거야. 왜 야자시간에 계속 떠들어"라며 "다른 아이들 공부하는 거 좀 보라"고 말했다.
A씨는 결국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B양의 머리를 때리거나 C양 등에게 체벌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신체적 학대는 아니며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여서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가 B양의 머리를 때린 행위만 학대로 인정하고 엎드려뻗쳐 후 기상을 반복하게 한 체벌 등은 부적절하지만 학대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김진원 인천지법 형사9단독 판사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복지시설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가중처벌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200만원과 함께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또 A씨에게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그는 "피고인이 B양에게 신체적 강제력을 행사해야 할 긴급한 상황이었다고 보기 어렵고 다른 수단을 통해서도 B양을 훈육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의 행위는 건전한 사회 통념상 훈육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강조헀다.
그러나 "피고인이 직접적으로 폭력을 쓰진 않았고, C양 등은 당시 만 17세로 건강했다"며 "다소 숨이 차고 힘이 들기는 했겠지만, 신체 건강이나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정도였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며 말했다.
그러면서 "규정에 근거하지 않고 아동들을 지도한 행위는 징계로도 충분하다"며 "만약 이 같은 행위를 모두 학대로 본다면 학대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진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A씨가 여고생의 머리를 잡고 창문에 밀어 넣은 행위도 다소 거칠고 부적절한 지도 방식이었다고 봤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취지의 독려 행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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