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 행사 이후 LG화학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확대'로 조정했다. 배터리 사업 분사 발표로 주가가 한 차례 조정을 받은 데다 '테슬라 리스크'도 해소됐다는 이유였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한국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의 주가가 고평가됐다며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23일(현지시간) 모건스탠리는 '혼란은 가라앉았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LG화학 목표주가를 75만원에서 8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24일 1시 기준 외국인 투자자들은 LG화학을 56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13일(현지시간) 한국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이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LG화학(비중확대→중립), 삼성SDI(비중확대→비중축소), SK이노베이션(중립→비중축소)에 대한 투자 의견도 바꿨다. 다음날 LG화학 주가는 5.02% 급락했다.
우려는 테슬라에서 비롯됐다. 모건스탠리는 “테슬라의 배터리데이 발표는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한국 2차전지 기업 주가엔 이로 인한 영향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테슬라가 이미 배터리셀 생산에서 상당한 기술적인 기반을 갖췄고, 기존 배터리업체의 마진율을 깎아 먹는 경쟁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였다.
이번 보고서에서 모건스탠리는 이런 우려가 해소됐다고 봤다. 테슬라가 22일 배터리데이에서 가격 경쟁력과 에너지 효율을 높인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를 공개하기는 했지만, '전고체 배터리' 등 시장이 기대했던 획기적인 배터리를 공개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테슬라가 제시한 배터리 효율화 및 가격 인하 방안은 이미 시장에서 예상하고 있었던 내용"이라며 "(대량 생산 시점이 3년 후임을 고려할 때) 우리는 테슬라의 공격적인 목표가 얼마나 달성가능할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테슬라가 아직까지 LG화학 등 배터리 업계에 큰 위협은 아니라는 의미다.
LG화학 주가가 한 차례 조정을 받았다는 것도 투자 의견을 바꾼 이유였다. 고점을 찍은 9월 3일 주가가 연초 대비 145%나 올라 부담이었지만, 24일 주가는 고점 대비 20% 가까이 떨어진 상태다. 물적분할로 배터리 사업을 분사한다는 소식으로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물적 분할 후 기업공개(IPO)를 할 경우 LG화학(모기업)의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IPO 시점과 규모에 대한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다"면서도 "발표 이후 주가가 10%이상 하락하면서 이미 주가에 리스크를 반영했다고 본다"고 했다. 분사 발표 후 주가가 예상치 못하게 급락한 데 대해서는 "(자회사가 상장했을 때) 모기업 가치가 하락하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투자자들은 이번 기회를 계기로 좋은 경험을 했다"고 표현했다.
주주 환원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담았다. 모건스탠리는 "다음달 30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투자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 등 다양한 주주 환원 정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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