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반도 종전 선언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대북 문제에 대한 한·미 간 ‘긴밀한 공조’와 ‘통일된 대응’을 강조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의 전날 유엔 연설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한국과 미국은 북한에 통일된 대응을 하기 위한 긴밀한 공조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의 이 같은 발언은 우리 정부에 ‘남북 관계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11월 미국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과의 조율 없이 독자적인 대북 협상에 나서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영상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는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보장하고, 나아가 세계질서의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그 시작은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한반도 종전 선언”이라고 했다.
미 국무부는 최근 한·미 동맹과 대북 제재와 관련해선 한국 정부와 입장 차가 있더라도 일관되게 구체적인 논평을 내놓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이달 초 한·미 동맹을 ‘냉전 동맹’이라고 하자 미 국무부는 곧바로 “안보 협력을 넘어선 확고한 유대 관계”라고 반박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이날 미 전직 고위 관료들을 인용해 “문 대통령이 주장한 종전 선언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와 아무 관련 없는 공허한 조치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선임보좌관 출신인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은 VOA에 “종전 선언은 중국, 러시아, 북한이 유엔군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구실만 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대통령이 유엔에서 미국 의회, 행정부의 입장과 이렇게 일치하지 않는 연설을 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도 “문 대통령이 거꾸로 알고 있는 것 같다”며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정착시키는 게 한국전쟁을 영구히 종식시키기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한국전쟁이 끝났다고 무턱대고 선언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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