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어려운 올해에도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52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년간 지급된 성과급은 900억원에 달했다. 정체된 농가소득과 농가부채의 증가, 코로나19와 태풍 피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농민들의 상황과는 동떨어진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농협중앙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성과급 지급은 계속해서 증가해 1인당 지급액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 1인당 지급액 4백만원 수준에서 작년기준 8백만원 수준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코로나19와 태풍 등으로 농촌이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와중에도 성과급은 물론 창립일을 기념해 52억원을 별도로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억대 연봉자의 숫자도 5년 사이 2배로 증가했다. 농협중앙회의 억대 연봉자를 연도별로 보면 ▲2015년 381명 ▲2016년 401명 ▲2017년 553명 ▲2018년 677명 ▲2019년 773명으로 최근 5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전체직원 대비 2015년 11%에서 2019명 29.4%로 갈수록 고액연봉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반면 농가소득과 부채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1990년 농가소득(1,102만원)과 도시근로자가구소득(1,134만원)이 비슷했지만 2019년 농가소득(4,118만원)은 도시근로자가구소득(6,615만원)의 62.3%에 불과한 상황이고, 작년기준 농가부채는 3,572만원으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정운천 의원은 "농협의 존립 목적은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지만 현재 농협은 ‘농민을 위한 농협’이 아닌 ‘농협 직원들을 위한 농협’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협이 신의 직장이라고 비판을 들을 정도로 억대 연봉자의 급속한 증가와 성과급 잔치 등은 농민들로부터 외면받고 농협의 설립 취지를 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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