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갱신청구권(2+2년)과 전월세상한제가 담긴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시행 후 두 달 가까이 지났는데 여전히 극심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집주인과 임차인이 곳곳에서 충돌해 소송전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전세 매물의 씨가 말라 서울 주요 지역 전용 85㎡짜리 전셋값은 속속 10억원을 돌파하고, 상승세가 오피스텔과 원룸으로까지 옮겨붙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뚜렷한 근거 없이 “몇 달 있으면 안정을 찾을 것”이란 낙관론만 반복해 정책 불신을 키워왔다. 그런 만큼 여당 대표이자, 유력 대선주자가 이제라도 시장의 실상을 직시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긁어 부스럼’으로 시장에 혼란을 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정부가 ‘제도 개선’이란 미명 아래 내놓은 비현실적 규제들이 부작용을 양산하거나, 별 효과를 못 본 사례가 수두룩하기에 그렇다. ‘매물 잠김’을 심화시켜 집값 급등을 부른 임대사업자 등록제, 비(非)인기지역 위주로 변죽만 울린 ‘8·4 공급확대 대책’ 등이 그런 사례다. 어제 국회를 통과한 상가임대차보호법만 해도 코로나19로 손실이 큰 임차인이 6개월간 월세를 밀려도 연체기간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등 선의로 포장돼 있다. 하지만 임대인이 임대료를 장기간 못 받을 것을 걱정해 보증금을 대폭 올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최근 부동산 문제의 상당부분은 정부가 시장원리에 따라 수급으로 풀기보다 무주택자와 유주택자,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라치기’에 치중해 자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동산 정치’라는 관성을 깨지 못하면 문제 해결은커녕 가만히 있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벌써 시장에서 ‘무슨 일을 벌일지 겁부터 난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를 따져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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