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북한군이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고 저항 의사도 없는 우리 국민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북한군의 이런 행위는 국제규범과 인도주의에 반한 행동으로 우리 정부는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오후 11시께 최초 보고를 받은 지 40시간 만이다.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서주석 NSC 사무처장은 “북한은 이번 사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그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한편 책임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접경지역 등의 경계태세 강화를 비롯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북한 행위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남북 간 대화와 평화를 강조해온 정부 입장에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간인 피격이라는 만행이 벌어진 상황에서 협력만을 고집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한 측에서 이번 사고에 상응하는 답변을 해줘야 할 것”이라며 “책임자 처벌과 사과까지 요구했기 때문에 (남북 대화 흐름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금강산 관광 재개, 철도 연결 등 남북 교류·협력 사업을 추진해온 통일부도 공무원 피살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지난 6월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남북 대화가 끊어진 상황에서 이번 사건으로 시작도 못 한 협력 사업이 무기한 연기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특히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중점 과제로 제시한 금강산 관광 사업을 이른 시일 안에 재개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는 분석이 많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남북 관계는 급속도로 얼어붙었고, 금강산 관광도 중단됐다.
강영연/하헌형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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