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는 척 패키지’로 불리는 이색 여행상품이 국내에도 등장했다. 목적지 없이 비행하다 되돌아오는 게 전부다. 그런데도 출시 첫날 1차 판매분이 매진되는 등 반응이 뜨겁다.
하나투어는 아시아나항공과 손잡고 24일 ‘스카이라인 투어’라는 여행상품을 내놨다. 다음달 24일과 25일 인천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 A380 기종을 타고 두 시간 동안 강릉과 포항, 김해, 제주 등 국내 상공을 돌다가 인천으로 귀항하는 일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국내 여행·항공사가 가상출국여행 상품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총 여행시간이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20분까지 2시간20분이다. 2인석은 1명씩, 3~4인석은 2명씩 배정해 최대(495석) 수용 인원보다 185석 적은 310석만 운영할 계획이다.
출국심사가 없을 뿐 실제 해외여행을 최대한 느낄 수 있게 했다. 기내식, 어메니티 키트(생활용품), 국내선 50% 할인 쿠폰, 기내면세품 할인쿠폰(기내 구매는 안 됨), 마일리지 적립 등이 다 포함된다. 24일 판매를 시작한 아시아나 관계자는 “티켓 판매 20분 만에 여행사 판매분을 제외한 비즈니스 스위트석(하루당 6석)과 비즈니스석(하루당 29석)이 매진됐다”고 밝혔다.
25일부터 판매하는 하나투어 할당분에는 비행기만 타는 상품과 비행 후 호텔 1박까지 넣은 패키지 상품이 포함돼 있다. 하나투어는 “여행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싱가포르관광청, 사이판관광청 등과 다양한 기내 이벤트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했다.
항공업계와 여행업계는 이번 상품이 윈윈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380 기종 조종사들의 자격 유지를 위해선 정기적인 운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항공안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조종사들은 특정 기종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90일 안에 이착륙을 각각 3회 이상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은 A380을 한때 빈 비행기로 운항하기도 했다.
가상출국여행은 세계적인 유행으로 번질 조짐이다. 지난 19일 대만 타이베이공항에서 출발해 제주 상공을 비행하고 돌아간 타이거에어의 ‘한국행’ 비행상품은 120개 좌석이 4분 만에 완판됐다. 일본 ANA(전일본공수)는 지난달 하와이 여행 콘셉트의 비행상품을 내놨는데, 정원 334명 모집에 150배 넘는 인원이 몰렸다. 시드니 하늘을 7시간 동안 체공하는 호주 콴타스항공의 상품은 10분 만에 전 좌석이 매진됐다.
이선우/강경민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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