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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후 8시(한국 시간)부터 펼쳐진 램버트 무용단의 '내면으로부터'는 온라인 관객들을 무대 안으로 끌어 당겼다. 내면으로부터는 벨기에 안무가 겸 영화감독인 빔 반데키부스가 안무를 짰다. 제작 총괄을 맡은 브누아 스완 푸퍼 램버트 예술감독은 지난달 BBC와의 인터뷰에서 "관객들과 실시간으로 호흡하려 공연을 생중계한다"며 "사전에 녹화하고 편집한 공연과 다르다. 관객들을 작품 한 가운데 세워놓고 인간의 내면을 드러낼 것"이라고 장담했다.
푸퍼 감독의 바람은 이뤄졌다. 온라인 공연이었지만 생동감이 넘쳤다. '헨드헬드' 촬영기법이 관객들을 무대로 이끌었다. 5개 층으로 이뤄진 램버트 스튜디오에 총 다섯 대 카메라가 무용수들을 따라다녔다. 핸드헬드는 카메라를 고정시키지 않고 어깨에 들쳐매거나 손에 들고 촬영방식을 일컫는다. 관객들은 1인칭 시점으로 무대를 감상해 현장감이 들고 집중력이 높아지는 장점이 있지만 수시로 화면이 흔들려 무대가 산만하게 비춰진다.
흔들리는 화면은 공연 주제를 드러내는 요소로 쓰였다. 카메라 앵글은 서사를 이끄는 주인공을 따라갔다. 그가 춤사위로 풀어낸 불안과 두려움을 불안정한 화면으로 보여준 것이다. 여기에 치밀하게 짠 카메라 이동 동선과 부드러운 화면 전환이 돋보였다. 마치 '롱테이크 영화'를 보고있다는 착각을 관객 머릿 속에 심어줬다.
감정이입도 수월했다. 관객이 지근거리에서 관찰하는 듯한 착시효과가 일어나서다. 현대 무용이지만 램버트 무용단은 과감하게 연극 요소를 도입했다. 출생, 성장, 죽음 등 한 인간이 성장하는 과정에 맞춰 이야기가 펼쳐졌다. 주인공을 에워싸고 무용수들이 군무를 펼치다 대사를 읊고, 때론 카메라를 보고 관객들과 대화하듯 방백을 읊기도 했다. 의도적으로 화면을 가리고 애드립을 치며 관중들의 집중력을 높였다.
한국현대무용협회장을 지낸 김혜정 단국대 교수는 "현대무용이 난해하다는 선입견을 깨트리려 최근 들어 대사를 넣는 공연이 늘고있다"며 "세부적인 춤 동작이 아니라 무대 전체를 새롭게 꾸며 관객들에게 가깝게 다가가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면으로부터는 오는 26일 새벽 3시 40분(한국 시간)과 27일 오전 8시 40분에 생중계 공연을 이어간다. LG아트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티켓(1만 5000원)을 구매하고 문자로 전달받은 16자리 코드를 램버트 홈페이지에서 입력하면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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