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은 직원들의 잘못을 법인·사용주와 함께 묶어 법 심판대에 올리는 ‘양벌규정’을 두고 있다. 사업주나 관리자의 책임을 강화해 규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만, 실무진 개개인의 사정을 잘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법적 처벌을 받는 기업인도 적지 않다. 업계에서 “회사 대표이사가 되는 순간 교도소 담장을 걷는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양벌규정은 근로기준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 화학물질관리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등 기업 활동과 관련한 법률 곳곳에 숨어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1월 경제부처 소관 경제법률 형벌 조항을 전수조사한 결과 경제법령 처벌 항목 2657개 가운데 83%(2205개)가 종업원뿐만 아니라 법인과 사용주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화학물질관리법 제59조는 유해화학물질 취급량을 초과해 진열, 보관하는 것을 금하고 있는데 실무자가 이를 어길 경우 동법 63조(양벌규정)에 따라 사업주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근로기준법 제6조는 직장 내 성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며 동법 양벌규정인 115조에 따라 직원 간 해당 행위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를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양벌규정에 위헌 소지가 있는지는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일각에선 양벌규정의 개별 조항들이 타인의 행위로 벌어진 일까지 책임지게 해 ‘자기책임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양벌규정은 행위자 책임과 별도인 관리자의 책임을 묻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위헌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최종적으로 재판에 가서 증거 등을 놓고 다투는 것과는 별개로 보고를 받고 관리·감독·승인하는 사업주의 책임이 아예 없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행법에 양벌규정이 지나치게 많아 기업활동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형법 전문 변호사는 “양벌규정은 하나의 행위로 이쪽저쪽 모두 처벌하는 소위 ‘물귀신 처벌’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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