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의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는 내용의 9·19 군사합의를 재가동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설 의원은 “이런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장치가 군사 핫라인”이라며 “9·19 군사합의 조치가 다시 재가동되도록 하는 것이 남북평화를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작업이라는 것이 이번 사건이 주는 일종의 교훈”이라고 주장했다.
3선의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이번 사건을 “월북자 피살사건”이라고 지칭하며 정부의 대처 미흡을 지적하는 야당과 언론을 향해 “국가안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일어났던 연평도 포격, 박왕자 피살, 천안함, 목함지뢰 사건 등이 발생했을 때는 모두가 북한을 규탄했다”며 “이번 ‘월북자 피살사건’에서는 우리 정부와 군을 공격하기에 바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심지어는 ‘평화정책 탓’이라거나 ‘종전선언 제안 탓’이라는 해괴한 논리까지 동원해 정부와 군을 비난한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전날 사고 발생 직후에는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주장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께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유엔 총회에서 제안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사고가 확인돼 마음이 무겁다”며 “반복되는 서해안의 분쟁과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확고한 국방태세와 더불어 조속한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지도부까지 나서서 북한을 강력하게 규탄하는데 당 일각에서 저런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상황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다’는 정보당국의 발표에도 의구심을 나타냈다. 윤 대변인은 “북한의 통지문대로라면 그 어디에서도 우리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다는 정황을 찾을 수 없다”며 “이에 대한 군의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국회 차원의 ‘대북 규탄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의 이번 만행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과 희생자에게 사과하고 사건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며 “국회 차원의 대북 결의안 채택을 추진해 북한의 만행에 대한 대한민국 국회의 엄중하고 단호한 결의를 세계에 알릴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북한의 사과에 대해 “과거 박왕자 사건, 판문점 도끼 만행, 연평도 피격, 서해교전 등이 있었을 때 북측의 태도에 비하면 상당한 정도의 변화”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냉엄한 현실은 개선해야 하고 조금 나아지는 것은 살려가는 게 옳은 대처 방식”이라며 “북한과 우리의 발표에 차이가 있는데, 사실을 규명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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