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북한군이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씨를 총으로 사살한 사건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많이 모인 커뮤니티에서 북한 행태와 정부 대응을 옹호하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죽일 수밖에 없다”, “늑장 대응이라고 하기엔 마땅한 대응법이 없었다”며 정부와 북한군을 두둔하는 주장을 폈다.
음모론을 제기하는 게시글도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이 커뮤니티에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얘기했는데, 같은날 사라진 공무원이 북한에서 발견됐다는 어리둥절한 기사가 나왔다”며 “오늘 총격 사망 후 화장됐다는 식의 자극적인 뉴스가 도배됐다. 남북평화 종전선언에 재뿌리는 타이밍”이라고 적었다.
이어 “배에서 뛰어내린 사람이 해류를 거슬러서 북한에 나타났다는 것이 이상하다. 발견됐다는 사람이 과연 공무원일까”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게시글에는 “사살 및 시산 소각은 잘못됐다. 그러나 현재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중이며 북한의 의료체계 역량을 고려하면 이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보인다”라는 댓글이 올라왔다. 뒤이어 “그러게요. 북한 사살 및 방화 지지합니다”라는 댓글도 달렸다.
정부 대응을 옹호하는 반응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늑장 대응이라 하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딱히 마땅한 대응 방법이 없는 거죠. 마치 이런 일이 생기기를 기다렸던 것 마냥 마구 가짜뉴스를 퍼부어 대는 기레기들을 보며 그저 참담한 기분일 뿐입니다”고 댓글을 달았다.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이 A씨를 총살한 뒤 시신을 불태운 시각은 지난 22일 오후 10시10분께다. 국방부는 이날 사건 발생 6시간 전인 오후 4시40분께 북한군이 A씨의 표류 경위를 확인한 사실을 인지했다. A씨 사망 사실을 36시간이나 지난 24일 오전 10시40분에야 정식 발표해 늑장 대응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이날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에 한 네티즌은 “공무원이 월북시도를 했더라도 최종결정 전엔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국민이 바다에서 총살당하고 소각됐는데 국가가 보호할 책임이 없느냐”고 적었다.
서울대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서는 ‘왜 우리 국민 시신은 바다를 떠돌아야 하는가’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국민이 죽어가는데 고작 감청수단 노출이 문제냐. 감청수단은 추후 바꾸면 될 일”이라고 했다.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한군이 화장해준 것”이라는 서욱 국방부 장관의 발언에 분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스누라이프에서는 “시체에 휘발유 뿌려서 태우고 서해바다에 버리고 간 걸 결과론적으로 화장해준 거라는 대한민국 정부, 자국민 보호도 못하고, 보호할 의지도 없고, 오히려 죄를 뒤집어 씌울 궁리나 하고 있는 정부 밑에서 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너무 슬프다”. “방화살인범은 죄다 결과론적 화장을 해준거니 무죄냐”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북한의 공무원 A씨 사살·시신 훼손 사건 일지
▶ 9월21일
오전 11시30분 / 해양수산부 소속 승무원 A씨 실종 신고 접수.
오후 1시50분 / 해경, 해군, 해수부 수색 시작
▶9월22일
오후 3시30분 / 북한 수상사업소 선박, 등산곶 해상에서 구명조끼 입은 채 부유물에 탄 A씨 접촉
오후 4시40분 / (한국 군 분석 결과) 북한군, A씨의 표류 경위 확인한 뒤 월북 진술 청취
오후 6시36분 / 대통령에 관련 사실 1차 서면 보고
오후 9시40분 / 북한군, A씨에 사격
오후 10시 / 북한군, 시신에 기름 부어 불 태움(10시11분 연평부대 감시장비로 불꽃 감지)
오후 10시30분 / 북한이 실종자를 사살하고 시신을 부태웠다는 첩보 입수
▶ 9월23일
오전 1시 / 청와대 안보실장 주관 긴급회의. 문재인 대통령 불참
오전 1시26분 / 문재인 대통령 UN총회 연설에서 종전 발언(녹화분)
오전 8시30분경 /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노영민 비서실장, 문재인 대통령 대면보고
오후 4시35분 / 군, 유엔사 통해 북한에 사실관계 파악 요청 통지문 발송
▶ 9월24일
오전 8시 / 관계장관회으 소집. 국방부, 실종사건 분석 결과 보고
오전 9시/ 서훈 노영민, 대통령에게 분석 결과 대면보고
오전 10시40분 / 국방부, A씨 사망 공식발표
양길성/최다은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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