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최고지도자 없었다" 반쪽 사과받고 北칭찬 쏟아낸 與

입력 2020-09-25 18:02   수정 2020-09-25 18:0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이 25일 우리나라 공무원이 북한에서 총격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공식 사과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야권은 "반쪽 사과"라며 반발한 반면 여권은 "상당한 변화"라고 높이 평가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청와대 앞으로 보낸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에서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병마의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은 우리 정부가 이번 사건에 대해 '만행', '응분의 대가' 등의 표현을 쓴데 대해선 "불경스럽고 대결적 색채가 깊은 표현을 쓴 데 대해 커다란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사건이 일어난 경위에 대해서도 "신분 확인을 요구했으나 얼버무리고 계속 답변하지 않았다" "엎드리면서 무엇인가 몸에 뒤집어쓰려는 듯한 행동을 했다" 등 책임을 해당 공무원에게 돌렸다.

국민의힘은 "'대단히 미안하다'라는 단 두 마디 이외에는 그 어디에서도 진정한 사과의 의미를 느낄 수 없는 통지문"이라며 "자신들의 행동이 정당한 행위임을 강조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미 없는 사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책임 있는 후속 조치의 확인은 물론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책에 대한 확답도 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북한 통지문에 대해 여권은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과거 북측의 태도에 비하면 상당한 변화로 보인다"며 "얼음장 밑에서도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남북관계가 엄중한 상황에서도 변화가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고 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해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과는)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이인영 장관은 "(북한 최고지도자가)신속하게 미안하다는 표현을 두 번씩이나 사용하면서 북의 입장을 발표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북한이 사과 통지문을 보내온 것과 관련해 "희소식"이라고 밝혔다.

유시민 이사장은 이날 오후 노무현재단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 10·4 선언 13주년 기념행사 토론회 진행 중 북측의 사과 통지문 속보를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함께 유튜브에 출연한 정세현 수석부의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유감 표명을 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그들 문자로 통 큰 측면이 있다"며 "북쪽이 그간 잘 안 보였던 행태다. 김일성이나 김정일 시대와는 좀 다른 면모"라고 평가했다.

야권에선 우리 정부가 김정은 위원장의 사과를 계기로 이번 사건을 유야무야 넘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 6월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을 때 청와대는 강력 대응을 예고했었지만 이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새로 취임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오히려 대북제재를 피해 북한을 지원할 방법을 모색하기도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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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앞 귀측이 보도한 바와 같이 22일 저녁 강령군 금동리 연안 수역에서 정체불명 인원1명이 우리측 영해 깊이 불법 침입했다가 우리 군인들에 의해 사살(추정) 되는 사건 발생했다.

사건 경위를 조사한 바에 의하면 우리 측 해당수역 경비담당 군부대가 어로작업중이던 수산사업소 부업선으로부터 정체불명 남자 1명을 발견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고, 강령반도 앞 우리측 연안에 부유물을 타고 불법 침입한 자에게 80미터까지 접근해 신분확인 요구했으나, 처음에는 한두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측 군인들의 단속 명령에 함구하고 불응하기에 더 접근하며 두발 공포를 쏘자 놀라 엎드리며 정체불명 대상이 도주할 듯한 상황 조성됐다고 합니다.

일부 군인들 진술에 의하면 엎드리면서 무엇인가 몸에 뒤집어 쓰려는 듯한 행동한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우리 군인들은 정장의 결심 밑에 해상경계 근무규정이 승인한 행동 준칙에 따라10여발의 총탄으로 불법 침입자 향해 사격했고 이때 거리는 40~50미터였다고 합니다. 사격 후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없어 10여미터 접근해 확인 수색했으나 정체불명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으며 많은 양의 혈흔이 확인됐다고 합니다.

우리 군인들은 불법 침입자가 사살된 것으로 판단했으며 침입자가 타고있던 부유물은 국가비상방역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에서 소각했다고 합니다.

현재까지 우리 지도부에 보고된 사건 전말에 대한 조사 결과는 이상과 같습니다. 우리는 귀측 군부가 무슨 증거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불법 침입자 단속과 단속과정 해명에 대한 요구 없이 일방적 억측으로 만행, 응분의 대가 같은 불경스럽고 대결적 색채가 강한 어휘 골라 쓰는지 커다란 유감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지도부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발생했다고 평하면서 이같은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상경계감시 근무 강화하며, 단속과정의 사소한 실수나 큰 오해 부를 수 있는 일이 없도록 해상에서 단속취급 전 과정을 수록하는 체계를 세우라고 지시했습니다.

우리 측은 북남사이 관계에 분명 재미없는 작용 할 일이 우리 측 수역에서 발생한데 대해 귀측에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우리 지도부는 이런 유감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최근에 적게나마 쌓아온 북남 사이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허물어지지 않게 더 긴장하고 각성하며 필요한 안전대책을 강구하는 것에 대해 거듭 강조했습니다.

국무위원장 김정은 동지는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 병마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런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 더해준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 전하라고 했습니다. 벌어진 사건에 대한 귀측의 정확한 이해를 바란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202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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