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아마존은 애플 아이폰을 능가하는 스마트폰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코드명 ‘타이토’라는 이름의 비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2년 뒤 공개된 파이어폰은 혁신적이고 새로운 기술에도 기본기가 부실하면서 잔재주만 많은 단말기라는 혹평을 받으며 2조원 넘는 손실을 냈다. 하지만 아마존은 포기하지 않았다. 파이어폰에 투자했던 기술을 바탕으로 꾸준히 연구개발을 한 결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인공지능(AI) 기술인 ‘알렉사’를 탄생시켰다.
베이조스는 DAY 2는 고통스럽고 뼈아픈 하락세로 이어지는 정체의 시기며 결국 ‘죽음의 시기’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아마존은 항상 고객을 향한 첫날의 다짐, DAY 1에 머물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의 시대를 살고 있는 기업과 브랜드에 중요한 교훈을 준다.
어려움 속에서도 고객을 향한 신념으로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경제·인물·문화 브랜드는 무엇일까. 한국소비자브랜드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소비자포럼·한국경제신문이 주관하는 ‘2020 올해의 브랜드 대상’은 2003년부터 매년 대국민 소비자 투표를 통해 한 해를 빛낸 브랜드를 발굴해 시상하고 있다.
한국소비자포럼은 대한민국 올해의 브랜드가 세계인의 가슴 속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중국 소비자가 뽑은 올해의 브랜드를 선정하고 현지 언론과의 협업을 통해 널리 알리고 있다. 7월 27일부터 8월 9일까지 인민일보 인민망 홈페이지에서 대한민국 올해의 브랜드를 뽑기 위한 중국 소비자 투표를 실시했다. 98만1250명이 현지 조사에 참여했으며 조사 건수는 721만7286건에 달했다.
부문별 1위로 선정된 브랜드 가운데 위원회 심의를 거쳐 △레모나(이너뷰티) △삼육두유(두유) △누가의료기(의료기기) △제이준코스메틱(마스크팩) △안다르(애슬레저룩) △샹프리(선크림·아이패치) △이지엔(염모제) 등이 중국 소비자가 뽑은 대한민국 올해의 브랜드로 최종 선정됐다.
이번 대국민 소비자 투표에선 올해의 예능인, 올해의 핫아이콘 등 인물·문화 부문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았다. △강형욱(올해의 전문가엔터테이너) △방탄소년단(올해의 남자아이돌) △싹쓰리(올해의 핫아이콘) △오마이걸(올해의 여자아이돌) △유재석(올해의 남자예능인) 등이 올해를 대표하는 인물·문화 브랜드로 선정됐다.
경동나비엔은 가스보일러 보급 초기이던 1988년 아시아 최초로 친환경 고효율 ‘콘덴싱보일러’를 개발해 선보였으며 30여 년간 연구개발에 전사적인 역량을 투입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LG 울트라기어는 IPS 1ms(밀리세컨드·1000분의 1초) 디스플레이 기술 등 LG만의 혁신 기술력을 바탕으로 게임 경험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레모나는 1983년 국내 최초의 물 없이 먹는 가루 비타민으로 시장에 등장해 37년간 국민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엔 방탄소년단과 함께하는 ‘매일 레모나’ 캠페인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SK렌터카는 30여 년간 이어온 업력을 바탕으로 렌터카업계에 고객 트렌드를 반영한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주도하며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켜왔다. LG 시네빔은 다양한 4K UHD 제품군, 웹OS 플랫폼, 초단초점 기술 등 홈시네마 프로젝터 시장에서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전재호 한국소비자포럼 대표는 “암울했던 중세시대를 근대사회로 변화시켰던 르네상스의 중심에는 근원으로 돌아가자는 의미의 ‘아드 폰테스(Ad Fontes)’ 정신이 있었다”며 “2020 올해의 브랜드가 자신의 본질을 잃지 않는 아드 폰테스의 정신으로 대한민국, 나아가 전 세계의 새로운 부흥을 일으켜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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