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5일까지 약 9개월간 개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45조57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 속도라면 다음달엔 50조원을 기록, 과거 10년(2010~2019년) 순매도액인 48조7903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 10년간 개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018년을 제외하고 매년 순매도로 일관했다”며 “코스닥시장이 아니라 유가증권시장에서 이 정도 매수세를 보이는 것은 전례가 없다”고 평가했다.
외국인은 정반대의 매매 패턴을 보였다. 지난 10년간(2010~2019년) 유가증권시장에서 38조896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는데, 올해엔 27조282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같은 매도세라면 연말에는 10년간 산 물량을 대부분 처분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관의 올해 유가증권시장 순매도액은 21조1583억원이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으로 돈을 벌어봤다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올해는 수익을 내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사람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여유자금이 많은 50·60대, 처음 투자하는 20·30대, 신용대출을 받은 투자자들이 차례대로 유입되며 지금의 매수세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코스닥시장 편애 현상이 해소된 것도 주요 특징이다. 과거 10년 동안 개인들의 코스닥 순매수액은 한 해를 제외하고 유가증권시장보다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유가증권시장 순매수 규모가 코스닥(13조4826억원)을 세 배 이상 앞질렀다. 유가증권시장에 매수세가 몰렸다는 것은 ‘한방’보다 대형주 위주로 장기 투자하려는 개인이 많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개인들의 올해 순매수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주다.
폭발적인 매수세가 앞으로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개인들은 증시가 오를 때 유입되고 횡보하면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주식시장 상승→개인 유입→자산 증식’이라는 선순환 고리를 형성하려면 경제의 성장뿐 아니라 지속적인 수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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