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플랜 '굴뚝연기 저감장치' 상용화

입력 2020-09-27 17:43   수정 2020-09-28 00:39


공장 및 열병합발전소의 굴뚝에서 구름처럼 뿜어져 나오는 백연(白煙)은 시각적 공해요소로 작용한다. 백연은 공장 굴뚝으로 배출된 고온 다습한 수증기다. 이 수증기가 차가운 바깥 공기와 만나면서 생성된 물방울이 빛을 산란시켜 흰 빛깔을 띠게 된다. 백연을 배출하는 산업시설은 악취를 동반하는 경우도 있어 대표적인 혐오시설로 꼽힌다. 국내 한 중소기업이 이런 백연을 90% 이상 저감하는 기술력으로 대기환경 사업 분야에 도전장을 냈다.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의 누리플랜은 2017년 세계 최초로 ‘공랭식 백연·미세먼지 저감장치’를 개발한 데 이어 올해 본격적인 제품 상용화에 들어갔다.
고성능·저비용 백연저감장치 개발
누리플랜은 1992년 도시경관조명·시설 전문회사로 출발했다. 서울 가양대교, 부산 광안대교, 전남 여수 엑스포, 대구 스타디움 등 3000건 이상의 도시경관 프로젝트가 누리플랜의 손을 거쳐 완성됐다. 누리플랜이 대기환경사업에 뛰어든 건 2015년부터다.

이상우 누리플랜 회장(사진)은 도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대기오염 저감기술을 개발하기로 결심하고, 2017년 세계 최초로 공랭식 매직필터(급속냉각 응축필터) 기술을 적용한 백연제거장치 개발에 성공했다. 독일, 스웨덴의 제품보다 백연 저감률이 20% 이상 높으면서 기존 제품에 없던 미세먼지 집진과 악취 제거 기능까지 적용했다. 수입 제품에 비해 30%가량 저렴한 가격과 10분의 1 수준의 유지비용으로 경제성까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2017년 대한민국 안전기술대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이후 온수관로 파열사고 현장에서 쓰이는 이동식 백연저감장치를 비롯해 공장 굴뚝용, 산업용 보일러용, 냉각탑용 백연·미세먼지 저감장치 등으로 제품군을 다양화하며 백연저감장치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축적했다. 이 업체가 지난 5년간 대기환경사업 분야에 투자한 금액은 1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제품을 선뜻 사용하겠다고 나서는 기업은 드물었다. 누리플랜은 백연 관련 민원으로 고심 중인 사업장을 방문해 장치에 대해 설명하고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이 회장은 “2018년부터 한국 호세코, 경산제지 등에 우리 제품을 설치해 주변 거주민의 민원 발생을 줄이고 미세먼지, 악취로 고생하는 직원들의 근로환경을 대폭 개선하면서 현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2030년까지 매출 1조원 목표”
백연·미세먼지 저감장치의 현장 검증까지 마친 누리플랜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제품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국내 31개 업체와 백연·미세먼지 저감장치 설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엔 충남 천안에 약 10만㎡ 공장부지를 보유한 플랜트 제조기업 유니슨HKR(옛 유니슨이테크)을 인수하면서 대량 생산 라인 구축을 마친 상태다.

이 회장은 “백연은 아직 대기오염물질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주변 거주민의 민원으로 고심 중인 사업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향후 백연·미세먼지 저감장치 국내 시장 규모는 10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연 저감기술을 응용한 신제품도 선보였다. 터널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부유물을 제거해주는 터널용 스모그 저감장치가 대표적이다. 대형 건설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이 회장은 “2030년까지 매출과 기업가치를 1조원까지 끌어올려 세계 1위 글로벌 강소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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